설마 싶은데 사실인 모양이다. 아사히신문에 이어 NHK에서도 다룬 걸 보면 틀림없어 보인다. 내용인즉 일본 대학생들 가운데 화장실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호세이(法政)대학 오기 나오코 교수의 조사 결과 400명 중 9명이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발표다.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나홀로 식사 자체는 딱히 뉴스랄 것도 없다.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하면서 빵을 먹거나 칸막이가 쳐진 식당에서 식사하는 '런치메이트(점심동료) 증후군'이 거론된 게 10년 전인 까닭이다.

문제는 혼자 먹되 남들 특히 아는 사람들 눈에 뜨일까봐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바빠서,혹은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할 때의 부담을 덜기 위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게 사회성 부족이나 성격 이상 등으로 여겨질까 겁낸다는 얘기다.

사정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당에 오롯이 앉아 음식을 기다리거나 먹으려면 여기저기서 흘끔거리는 사람들 시선을 견디느라 고역을 치러야 한다. 오죽하면 '뒤통수에 쥐가 난다'고들 할까.

이런데도 서울대 · 연세대 · 중앙대 · 숙명여대 · 경북대 등 전국 10개 대학 학보사의 공동조사 결과 1000명 중 610명이 주 1~8회 혼자 밥 먹고,지난 학기에 주 5일 동안 점심 · 저녁을 5회 이상 홀로 해결한 사람 또한 12%에 달했다는 소식이다.

이유는 '시간의 효율적 사용' 도 있지만 '아무도 안 먹어줘서' '친구가 없어서'도 있었다고 한다. '빈 강의시간에 뭐 하느냐'는 질문에 '혼자 있다'는 답도 23.6%나 됐다고 한다. 외톨이가 늘어나는 까닭으론 취업난에 따른 스펙 쌓기와 개인주의 팽배 등이 꼽힌다.

혼자 지내는 게 편하고 시간도 절약된다고 생각하는 자발적 외톨이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식사 또한 억지로 같이 가봤자 내 입맛보다 상대의 입맛에 맞춰야 하는데다 먹는 내내 맞장구를 쳐줘야 하니 차라리 혼자 먹는 게 낫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럴 지도 모른다. 때로 외로워야 성장하는 것도 사실이다. 외로움은 그러나 불안과 분노를 부를 수 있다. 누구든 함께 살아가자면 견뎌야 하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지만 사람은 인내와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압력 없이 다이아몬드는 생겨나지 않는다지 않던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