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는 속도를 내는 것 말고도 다른 일이 많다. "(마하트마 간디)

일 때문에 경영자들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눈다. 날씨 탓인지 요즘 만나는 경영자들은 '상태'가 안 좋은 편이다. 대기업에서 30년 이상 근무해 조만간 은퇴할 몇몇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바빠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많은 사람들이 큰 회사의 사장쯤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막연히들 생각한다. 명예도 있고 여유도 있을 것 같아서일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겸양이 아니라 실제로 스스로를 불행하게 생각하는 CEO들이 훨씬 많다.

불행한 경영자일수록 하는 일이 많은 법이다. 최근 만난 중견 기업의 사장이 꼭 그랬다. 사업의 모든 부분을 꿰차고 일일이 지침을 내려주고 있었다. 손님 앞에서도 일을 제대로 못한 일선 직원을 불러서 혼내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말았다. 그 사장은 큰 거래는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거래를 매일 챙기는 스타일이다. 전표 하나씩을 챙기느라 담당부서는 매일 퇴근이 늦어지고 스스로도 괴로워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불신이었다.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그는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안 챙기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요즘 소프트파워 또는 창의성의 시대 등등을 얘기하면서 직원들에게 즐겁게,그리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졌다. 그런데 리더의 창의성이나 즐거움, 행복 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경영자는 자리 그 자체가 행복한 것으로, 더 이상 행복해질 권리가 없는 것처럼 취급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리더가 행복해야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다. 그래야 직원들이 리더의 스트레스를 피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경영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리더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가정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가 회사 운영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사실 이런 강박관념의 근저에는 리더가 직원들보다 우수하다,혹은 우수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가 있다.

불필요하게 회사의 모든 일에 관여하면서 관리하는 활동을 중단하고,경영자 본인이 아주 잘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방향이 옳다. 그래야 직원들도 자기 일에서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리더가 행복해지기 위해 아무런 책임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에 기대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으려 하지말고 본인이 진정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신만의 업무에 몰두해야 한다. 바로 '사장 프로젝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회사의 제반 업무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즐길 수 있는 업무에 빠져 일하는 것이 행복한 리더의 출발점이다. 이 과정은 직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에 주인이 되는 것을 촉진하기 때문에 오히려 리더가 관리해야 할 업무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효과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리더십 이슈에서 코칭과 멘토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다. 관리업무에서 벗어난 리더가 본인만의 가치창출영역에 집중할 때 회사 전체가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