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업계 '스타 CEO'로 이름을 날렸던 김범수 전 NHN 사장(44)과 장병규 전 첫눈 사장(37)이 나란히 돌아왔다. 김 사장은 유 · 무선 인터넷회사 아이위랩 대표로,장 사장은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창업투자회사 대표로 '제2 창업 신화'에 도전장을 낸 것.성공 보증수표로 불릴 만큼 대박을 터뜨린 경력 덕분에 두 사람의 행보는 IT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범수,"모바일 SNS 주도하겠다"

2007년 NHN 대표이사에서 급작스럽게 물러났던 김 대표는 2008년 유 · 무선 인터넷회사 아이위랩을 설립했지만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고 자문 역할을 해 왔다. 그러다 작년 말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열풍을 계기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무선 인터넷 시장이 새 금맥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모바일 인터넷이 유선 기반의 인터넷(웹) 시장에 비해 10배 이상은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1998년 한양대 근처 PC방에서 한게임을 창업할 당시처럼 "가슴이 뛴다"고도 했다.

2000년 네이버컴과 합병,NHN으로 거듭난 한게임은 탄탄한 수익을 기반으로 네이버 성장을 뒷받침해 준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요즘 김 사장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그는 "일상생활의 중심이 휴대폰으로 바뀔 것"이라며 "네이버 같은 기존 포털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지난달에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 톡'과 트위터 류의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인 '카카오 수다'를 선보였다. 둘 다 아이폰 전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 앱)이다. 반응은 뜨겁다. 카카오톡은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횟수가 23만건에 달한다. 아이폰 가입자의 절반이 쓰는 필수 앱이 됐다. 카카오 수다도 10만명 이상이 쓰고 있다. 유무선 연동 카페 서비스 '카카오 아지트'의 아이폰 앱도 곧 나온다. 연 내에 4~5개의 앱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김 사장은 "카카오를 대표적인 모바일 SNS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규,"신생 IT벤처의 밀알되겠다"

온라인 채팅사이트 세이클럽을 키워낸 네오위즈 공동창업자이자 국내 검색시장의 앙팡테러블로 주목받던 첫눈 창업자인 장 사장은 신생 IT기업을 발굴하고 키우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했다. 그는 13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라는 창투사를 설립했다. 3년 전부터 엔젤투자 방식으로 운영하던 본엔젤스를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창투사로 바꿨다.

본엔젤스는 여느 창투사와는 달리 철저하게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신생기업에만 투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많지만 국내에는 첫 사례다.

장 사장은 "두 차례 창업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노하우를 공유,신생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줄여보자는 생각"이라며 "투자는 물론 사업 아이디어만 가진 예비 창업자가 회사를 세우는 과정 등을 지원해 IT벤처 생태계를 일으켜보겠다"고 말했다. "유 · 무선 인터넷,소프트웨어,온라인게임,교육 분야의 초기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본엔젤스는 3년 전부터 동영상 검색기술업체 엔써즈,영어회화 교육서비스업체 스피쿠스 등 10여개 벤처기업에 24억원을 투자해 왔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