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은 지난 수년간 급속한 사업확대 속에서 고객 목소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못한 탓입니다. 임직원 모두가 진지하게 반성하며 신뢰 회복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자동차 사장이 6일 고개를 숙였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한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미국과 달라 리콜 계획이 없다"던 그는 이날 한국 부임 후 처음 가진 언론과의 만남에서 "렉서스와 도요타 차량을 합해 총 1만2984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한국도요타가 지금까지 판매한 전체 차량(4만6023대)의 28.2% 수준이다. 미국 중국에 이어 도요타의 지역 최고경영자(CEO)가 리콜과 관련,세 번째로 사과한 것이기도 했다.

◆한국식 카펫형 매트에서 결함

한국도요타가 리콜 조치하는 차량은 2005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생산된 렉서스 ES350 1만1232대,작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만들어진 도요타 캠리 1549대와 캠리 하이브리드 203대 등이다. 지난 2월 이후 생산돼 한국에서 팔린 차량은 미국발(發) 리콜사태 이후 바뀐 설계가 적용됐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리콜 사유는 카펫과 비슷한 재질의 두꺼운 운전석 바닥매트 때문이다. 매트를 바닥 핀에 고정하지 않고 사용할 때 매트가 가속페달을 밀고 올라가 페달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미국에서 전천후 고무매트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후 한국식 카펫형 매트를 대상으로 안전성 검사를 진행했다"며 "일부 결함 가능성을 발견한 직후 정부에 신고하는 한편 리콜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콜 대상 매트라 해도 바닥에만 제대로 고정시키면 사고발생 가능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도요타는 가속페달 자체의 결함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했다. 도요타 본사는 바닥매트와 관계없이 가속페달이 부분적으로 눌리면서 원래 위치로 복귀되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미국에서 약 230만대를 리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경우 제조공법이나 형상이 미국 제품과 완전히 다르다"며 "다만 논란이 있는 전자제어장치 결함과 관련해선 현재 외부 기관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향후 1년6개월간 무상수리 진행

한국도요타는 오는 19일부터 내년 10월까지 전국 도요타 서비스센터에서 결함 수정에 나선다. 렉서스와 도요타 차량을 갖고 있는 사람이 먼저 리콜 대상인지 확인한 후 서울 강남 등 도요타 서비스센터에 들르면 바닥매트를 결함이 없는 신형으로 바꿀 수 있다. 회사 측은 가속페달의 형상 일부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사고 원인을 원천봉쇄하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수리 후에는 가속페달 길이가 2㎝가량 짧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도요타는 또 모든 소비자들에게 바닥매트의 올바른 사용법을 안내하기로 했다. 매트를 바닥 핀에만 고정해도 사고 위험을 없앨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서비스센터에 '리콜 전용 스툴(차를 공중에 띄워 수리하는 장치)'을 설치하는 한편 전용 콜센터(1577-4304)도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별도 보상계획은 없다.

한국도요타는 이번 리콜의 원인이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급발진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급발진은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은 상태에서 차가 튀어나가는 것"이라며 "가속페달 복귀가 늦어지는 문제와는 위험의 정도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한국 내 판매목표 수정할 것"

한국도요타는 올해 판매목표를 하향조정할지를 검토 중이다. 대량 리콜에 착수하면서 소비자들이 구입을 꺼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회사는 올 한햇동안 작년(7072대) 대비 76.8% 확대된 1만2500대를 판매할 계획이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1분기 판매 결과가 막 나온 만큼 올해 목표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일부 소비자들은 한국도요타 콜센터에 항의하는 한편,기존 계약을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송형석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