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고용'과 '금융 안정'을 한은이 추구해야 할 새 목표로 제시했다. 물가 안정에만 매달리고 있는 한은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모델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1일 취임사에서 "경제정책이란 한마디로 고용과 물가의 두 개 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설립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데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면서도 "고용이 늘지 않는 경제는 지속되기 어려운 법"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고용 등 경제성장과 관련한 문제에도 적극 관여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이다.

한국은행법 1조는 한은의 목적을 '물가 안정'으로만 명시해 놓고 있다. 반면 FRB는 설립 목적에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고용 · 성장률 제고를 통한 국민경제 발전'이 포함돼 있다.

김 총재가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고민은 종국적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승화돼야 한다"고 역설한 대목은 FRB의 목적 가운데 '국민경제 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는 금융시장 안정 역할에 한은도 기여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금융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으며 우리도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반 제도와 관행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한은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이 대한민국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새로운 국제금융 질서를 형성하는 데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내부적으로는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고용 및 금융 안정 중시 등 김 총재의 화두가 전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게 발표되자 국고채 5년물이 0.06%포인트 떨어지는 등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