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등 여유자원을 확보하라." "신속하게 자원을 재배치하라."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라."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탁월한 업적을 나타낸 애플 구글 폭스바겐 등 7개 '승자' 기업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연구소는 이번 위기가 2000년대 초 IT(정보기술)버블 붕괴보다 무려 8배 이상의 충격을 가져왔다며 매출 상위기업들이 하위기업에 비해 월등한 실적을 보인 '승자독식'현상이 심화됐다고 31일 밝혔다.

◆여유자원을 확보하라

애플은 이번 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2008년 4분기에 파나소닉 소니 디즈니 캐논 3M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256억달러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애플은 이런 재무력을 바탕으로 불황기에도 아이폰 3GS 등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시킨 제품뿐만 아니라 아이패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멀티미디어기기를 내놓을 수 있었다.

구글도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수익으로 신사업 진출에 투자했다. 탁월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PC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인터넷에서 공급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노리고 있으며,모바일 분야에서 안드로이드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처럼 외부환경이 불확실한 불황기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생존뿐 아니라 불황기를 타개할 신기술이나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 때는 싸게 나온 기업들을 인수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신속히 자원을 재배치하라

벨기에 맥주회사 인베브는 2008년 미국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면서 1년 이내에 씨월드 등 테마파크 10여 곳을 매각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1400명,800명을 감원했다. 인베브는 매각으로 23억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었고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일본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은 불황으로 재생타이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물류기업 대상의 타이어 컨설팅 서비스를 추가했다. 중국에 강점을 가진 폭스바겐은 중국 전용 모델인 라비다,뉴보라 등을 출시해 현지화를 강화했고 지난해 37%의 판매증가율로 도요타와의 격차를 확대했다.

이들은 모두 불황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이나 지역에 자원을 신속히 집중해 경쟁업체를 따돌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하라

애플은 기존 기업들이 기능을 강조한 제품으로 경쟁할 때 편의성이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아이팟 아이폰 등으로 승부했다. 또 애플리케이션(휴대폰 소프트웨어)이 거래되는 앱스토어를 통해 외부기업의 역량까지 최대한 활용했다. 아무리 심각한 불황기라도 고객의 감성에 집중하면 판매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브리지스톤이 신제품 시장 위주인 일본에서 저급으로 홀대받던 재생타이어 시장에 진출해 '친환경'을 강조하며 수요를 발굴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불황 이전에 역량을 확보하라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는 벤처투자와 끊임없는 M&A(인수합병)를 통해 신약 기술을 확보한 것이 불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노바티스는 신약 개발 단계를 임상 전에서 최종 개발까지 4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신약 기술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 현재도 각 단계별로 각각 34건,25건,15건,3건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불황이 본격화된 2008년에도 총 4건 116억달러에 달하는 M&A를 통해 신약기술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에도 2008년 노바티스 코리아 벤처펀드를 출범시켜 생명과학 벤처 등에 투자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