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금메달 세리머니에서 애국가에 맞춰 몸을 흔들고,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로고로 만들어진 귀걸이까지.

모태범(21.한국체대)은 말 그대로 통통 튀는 개성으로 뭉친 '신세대 스프린터'의 전형이었다.

18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지난 16일 따낸 500m 금메달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차례 금메달 도전에 나선 모태범의 얼굴에는 자신감만 보였을 뿐 긴장하는 빛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유 있게 연습링크를 돌면서 천천히 컨디션을 조절한 모태범은 이윽고 자신의 순서가 되자 엄청난 초반 스피드로 가볍게 중간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컨디션이 너무 좋다. 초반에 무리하지만 않으면 승산이 있다"라고 얘기했던 김관규(용인시청) 감독의 말처럼 모태범은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마지막 스퍼트에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월드컵 랭킹 1위이자 세계기록 보유자인 샤니 데이비스(미국.1분08초94)는 강했다.

초반 스타트가 느린 데이비스는 폭발적인 스퍼트로 모태범(1분09초12)의 기록을 앞서면서 우승자가 됐다.

0.18초 차로 금메달을 내줬지만 모태범의 표정에는 아쉬움보다 기쁨이 넘쳤다.

미국 대표팀 코치가 벤치로 와서 축하 인사를 해줄 때도 반가운 표정으로 맞이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선수와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꽃다발 세리머니가 시작되면서부터 모태범의 숨은 '끼'가 발산됐다.

2위 자리에 올라서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 모태범은 믹스트존에 들어설 때 취재진이 박수를 쳐주자 '캬!'하는 소리와 함께 양 손뼉을 치며 취재진 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뷰 자체도 통통 소리가 났다.

한국에 가면 어떤 것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5,000m에서 은메달을 딴 (이)승훈(21.한국체대)이 하고 길거리를 함께 걸어보기로 했어요.사람들이 알아보나 궁금해서요"라고 대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터뷰 도중 왼쪽 귓불에 나이키 로고 모양의 금색 귀걸이가 보였고, 취재진이 왜 그런 모양의 귀걸이를 선택했냐고 묻자 "신기해 보여서요. 남들은 협찬을 받은 거냐고 묻던데 절대 아니에요. 직접 맞췄어요"라고 대꾸했다.

그는 특히 '메달을 따고도 울지도 않는다'라고 말하자 "만약에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따면 그때는 진짜 울거예요.무릎을 꿇고 울겁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막판.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21.한국체대)와 '열애설'에 대해 대놓고 진상을 물어보자 모태범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아니예요.상화가 아깝죠. 그런 얘기 들으면 상화가 진짜 싫어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이상화와 모태범은 은석초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절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