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조직으로부터 5000여만원을 사기당한 함모씨(48)는 피고인 은닉재산에 대한 수사 여부를 파악하려고 서울중앙지검을 찾았다. 담당 검사로부터 "민원실에서 기록 열람이 가능하다"는 짧은 답변을 듣고 민원실에 들른 함씨에게 민원실 관계자는 "서류 위치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니 다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3일 뒤 서울중앙지검을 찾은 함씨는 결국 기록실에서 사과상자 크기 박스 5개에서 수사기록을 직접 찾아야 했다. 함씨는 "기록을 전자화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는 5월부터 대국민 형사사법포털(KICS) 민원 서비스가 시작되지만 정작 고소 · 고발이나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 '사건기록 열람 · 복사'는 서비스에서 빠져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든 형사사법 절차를 세계 최초로 전자화했다"는 법무부의 설명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형사사법포털은 검찰 69종,법원 4종,경찰 3종 등 76종의 민원을 오는 5월부터 온라인 서비스한다. 이에 따라 공인인증서가 깔린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탄원서 제출,사건 처분결과 조회 등을 할 수 있다. 민원서비스 32종 중 17종은 증명서 발급도 가능하다.

그러나 검찰 민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사건기록 열람 · 복사는 직접 방문해야 한다. 보안 문제 등을 이유로 사건기록 데이터베이스(DB)화가 형사사법포털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원인 불편은 물론 검찰 직원의 업무 부담도 크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기록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민원인으로부터 7번이나 직무유기로 고소당했다"며 "가장 필요한 부분이 빠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고소 · 고발도 '남용'을 막는다는 이유로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제외됐다.

가해자를 고소 · 고발했는데도 검찰이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고소 · 고발인이 이유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불기소 이유 고지'는 온라인 신청 및 조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불기소 이유 고지는 서면으로도 최소한의 설명조차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온라인에서 제대로 구현될지는 미지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종철 변호사는 "고소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불기소 이유를 온라인상에 상세히 적어야 사법 서비스 수준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