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도약 2010!] 中國, 가까이 하기엔 두렵고 멀리 하기엔 아쉽고…
이 때문에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과의 FTA 협상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농수산물 중에서도 신선제품이 문제다. 양상추 배추 파 등의 채소는 수도권 근교에서 서울로 공급되는데,중국 산둥지역에서도 반나절이면 서울로 수송이 가능하다. 수송 시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드는 미국 농수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비교우위가 떨어지는 농업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라며 "지금도 중국산 농산물이 판을 치는데 한 · 중 FTA가 체결되면 그 결과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한국을 공식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양국 간 FTA가 체결되면 2013년까지 한 · 중 무역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FTA의 적극적인 추진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는 경제협력 확대라는 원론적 수준만 되풀이한 채 확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제계와 학계에선 한 · 중 FTA 체결이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중관계발전 공동연구 전문가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진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리스크를 피하면 얻는 것도 없다"며 "이번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 중 FTA 협상을 위한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현재 한 · 중 FTA 협상을 위한 양국 간 산 · 관 · 학 공동연구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향후 중국의 가공무역 급감,중국 내수시장 성장,중국과 동아시아의 협력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한 · 중 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도 한 · 중 FTA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
한 · 중 FTA 공동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415개) 중 71.3%가 FTA 체결에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8.7%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FTA 체결을 찬성하는 이유는 수출환경 개선을 통한 대중 수출 증가(50%)가 가장 많았고,중국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경쟁력 상승(38.2%),외국 및 중국기업들의 국내 직접투자 확대(6.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한 · 중 FTA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관건은 어떤 방향이든 맹목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농업부문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면서까지 밀어붙여서도 안 되지만,산업구조 고도화와 동아시아 경제블록 시대를 앞두고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 진입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FTA 체결은 중국을 최대 교역국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겐 기회를 넓혀줄 게 분명하다"며 "정부는 향후 중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면서 취약산업 경쟁력 확충방안을 마련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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