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전뇌코일'이란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세요?"

최근 삼성전자가 전 세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대회'에서 플래티넘상(대상)을 받은 신석현 형아소프트 대표(34 · 사진)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본 애니메이션 하나를 소개했다.

"전뇌코일을 보면 주인공들이 '전뇌안경'이란 특수 안경을 쓰고 다녀요. 그것을 이용하면 어디서든 눈앞에 보이는 사물에 대한 각종 정보를 바로바로 얻을 수 있고,'전뇌펫'이란 가상의 애완동물도 기를 수 있죠."

신 대표는 "전뇌코일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의 미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증강현실은 사람,상품,건물 등에 다양한 부가 정보를 가상 그래픽 효과로 덧씌운 것이다. 현실에 실시간으로 가상 세계를 합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혼합현실이다.

그는 "이번에 플래티넘상을 받은 '옴파스 월드 시티스'란 애플리케이션도 증강현실 관련 프로그램"이라며 "일종의 '디지털 나침반'으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주변 정보를 활용,방향을 안내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개발한 증강현실 프로그램 대부분은 전뇌코일을 보며 떠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이번 수상으로 10만달러(약 1억1300만원)란 거금도 거머쥐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프로그램 개발자로 나서기까진 우여곡절도 많았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몰두한 건 약 4년 전부터죠.하지만 한 출판사에서 웹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작년 5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인 창업자로 나선 것이죠."

서울시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도움도 컸다. 신 대표는 "서울시의 '2030 청년 창업센터'에 지원,회사를 만들 수 있었고 한국MS에서도 실무적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MS 측은 기업 지원 프로그램인 '비즈 스파크(BizSpark)'를 통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을 지원해 주고,글로벌 홍보를 도와줬다. 신 대표가 MS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인 '윈도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애플리케이션을 주로 만들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지난해 3월엔 MS,삼성전자,SK텔레콤 등이 공동 주최한 '옴니아 경진대회'에서도 금상을 받았다. 스마트폰으로 피아노,플루트,드럼 등을 연주할 수 있는 '옴니아노'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전 세계적으로 1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성과도 올렸다. "한번은 유튜브(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는데,제가 만든 옴니아노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3중주를 연주하는 동영상이 있는 거예요. 정말 뿌듯하더군요. 스마트폰이 악기로 변한다는 것에 많은 분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그는 "인터넷의 발달과 다양한 앱스토어 등장으로 국내 개발자도 글로벌 시장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