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가져다 줄 미래는 암울하다.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대학에 다녔거나 구직활동에 나선 청년층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가 호황의 달콤한 열매를 맛봤던 것과 달리 그 자녀들인 '잃어버린 세대'는 10년 장기불황 속에서 극심한 취업경쟁과 실업난에 허덕였다. 일본 내무부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의 임시직·일용직 수는 1980년대 초 250만여명에서 1990년대 초 310만여명으로 늘었다. 정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임시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freeter)족(族)'이 등장한 게 이 무렵이다.

일본 '잃어버린 세대'의 특징은 자기 능력 이하의 직업에 오래 근무하는데서 생겨나는 경험부족과 의욕상실로 나타났다. 일본생산성센터가 '잃어버린 세대'로 통하는 1990년대 구직연령층을 분석한 결과 이들 세대는 노동시장에 대해 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55%의 신입사원들이 절대로 이직을 하려 하지 않았고 도요타,소니 등 민간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기업 취업을 선호했다. 실업에서 겪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정체된 사회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5명 중 1명 꼴인 청년 실업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회의 허리라 할 수 있는 '중산층'의 몰락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중산층대책연구팀이 2002~2003년 청년층의 고용실태(34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뀐 사례는 30.7%에 불과했다. 반면 비정규직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비정규직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경우는 69.3%에 달했다. 사회 초입단계에서부터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자체가 가로막혀 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유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청년실업자들이 10년 뒤에는 한국사회의 중추 역할을 할 40대가 된다"며 "삶의 비전과 목표를 상실한 청년층에게 10년 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동력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