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WAR] (1) 'IT 신대륙' 모바일…칸막이 없는 통신大戰 점화
SK텔레콤의 단말기 전략을 세우는 MD(모바일 디바이스)본부의 이건수 기획팀장은 신정 연휴에도 쉬지 못했다. 휴대폰 제조사,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과 업무 협의를 하느라 전화기를 붙들고 지냈다. 모토로라에 제작을 맡긴 국내 1호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보름 앞두고 이 팀장이 챙겨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에는 안드로이드폰 출시를 서둘러 달라고 독촉했다.

경쟁사인 KT에서 나온 아이폰 돌풍에 자칫 모바일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일 통합 LG텔레콤 출범으로 불붙을 통신대전의 최대 격전지도 손안의 PC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달아오른 모바일 패권 전쟁

새해 벽두부터 '모바일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도 '애플 vs 반(反)애플'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3사와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반격할 태세다. 통합 LG텔레콤이 던질 카드도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먹을거리로 급부상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곳은 휴대폰 제조회사만이 아니다. 인텔 퀄컴 등 반도체업체,델 에이서 등 PC업체까지 발을 들여놓고 있다. 올해 국내외 통신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속도 경쟁,애플리케이션 확보 경쟁,모바일 기기와 웹의 연동 등 다방면에서 칸막이 없는 무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선보일 15종의 스마트폰 가운데 한두 종을 빼고는 모두 안드로이드폰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아이폰 돌풍을 잠재울 적임자가 안드로이드폰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휴대폰 제조사들도 '반(反)애플 연합군'에 합류,안드로이드폰 개발에 나섰다. 인터넷업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글로벌 통신 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핵심 설계도가 공개돼 있는 개방형 OS다.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자들이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안드로이드에 결합해 새로운 기능을 만들 수 있다. 구글 맵(지도),구글 서치(검색),G메일(이메일),유튜브(동영상)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안드로이드의 강점이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는 "궁극적으로 모바일 인터넷을 클라우드(cloud) 환경에서 구현하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란 자신의 단말기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해 저장장치(스토리지),소프트웨어 등을 빌려 쓰는 서비스로 IT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클라우드를 활용해 웹상에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이나 PC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구글의 목표다.

◆애플,새 카드로 패러다임 또 바꿀까

애플은 글로벌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또 하나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에선 애플이 이달 말께 7인치 화면을 장착한 태블릿PC(소형 터치스크린 PC)를 전격 공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의 단점과 휴대하기 불편한 노트북PC의 단점을 개선한 태블릿PC로 새 시장 창출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4~5년간 아이팟(MP3 플레이어)과 아이폰(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기기의 트렌드를 주도해 온 애플의 저력 때문이다.

애플은 한발 더 나아가 태블릿PC로 주목받고 있는 전자책(e-book) 시장까지 넘볼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국 언론은 "애플이 단말기에 담을 콘텐츠 사업 등을 강화하기 위해 CBS와 ABC를 소유한 월트 디즈니 등 미국 미디어 업체들과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모바일 시장 둘러싼 무한경쟁 돌입

모바일 시장에선 기존 통신 강자들뿐만 아니라 PC업체와 반도체 기업까지 물고 물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고유의 영역도 더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합종연횡도 다반사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와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동맹을 결성,새로운 형태의 휴대용 컴퓨팅 기기를 개발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모바일 칩 시장 경쟁도 뜨겁다.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인텔이 모바일 시장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추자 휴대폰 칩 업체인 퀄컴은 PC에 버금가는 성능을 가진 칩을 개발,넷북 등 모바일 기기 시장을 넘보고 있다. 퀄컴이 작년 말 내놓은 초고속 프로세서 '스냅드래곤'의 처리 속도는 1㎓다. 웬만한 PC 못지않은 속도다.

HP,델,에이서 등 세계 1~3위 PC업체도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백인형 한국IDC 부사장은 "모바일이 뜨면서 휴대폰 PC 내비게이션 등 기존 IT 영역 간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다"며 "올해는 IT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