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여행을 떠나면서 세 명의 종에게 자기의 재산을 맡겼다. 그는 종들에게 능력에 따라 다섯 달란트,두 달란트,한 달란트를 주고 떠났다. 다섯 달란트,두 달란트를 받은 종은 그 돈으로 각자 장사를 해 같은 액수만큼의 돈을 더 벌었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종은 땅 속에 돈을 숨겼다가 주인에게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러자 주인은 돈을 더 번 종들에게는 '착하고 신실한 종'이라고 칭찬하며 더 많은 일을 맡기겠다고 했다. 반면 한 달란트만 그대로 돌려준 종에게는 '악하고 게으른 종''무익한 종'이라며 "그에서 그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를 가진 사람에 주라.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어서 넘치게 하고 없는 사람에게서는 있는 것마저 빼앗을 것이다"라고 했다.

신약성경 마태복음에 나오는 이야기다. 경제학자인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이 이야기에서 시장경제의 원칙인 경쟁과 성과급,무노동 · 무임금의 근거를 발견한다. 주인이 세 종에게 경쟁을 시켜 성과를 많이 낸 종에게는 더 많은 일거리로 보답을 한 반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종에게는 보답은커녕 일자리마저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다.

《성경과 함께 떠나는 시장경제 여행》은 박 교수가 시장경제와 성경 속의 시장경제 원리에 관한 120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박 교수는 "기독교를 세계종교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바로 성경에 담긴 시장경제 원리"라며 "성경은 자유시장경제의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성경에 담긴 소유 · 경쟁 · 노동 · 자유 · 법치 · 평등 · 가족 등의 가치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발전시켰고,이를 채택한 나라들이 부강하게 됐다는 것이다.

기독교계에서 '깨끗한 부자(淸富)' 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저자는 기독교가 초기부터 소유를 인정하고 강조했다고 설명한다. 가령 '도둑질하지 말라''네 이웃의 집을 탐하지 말라'는 계명은 남의 소유권을 인정하라는 명령이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땅을 갖게 하고,아브라함이 조카 롯에게 땅을 나눠주는 창세기 12장이나 훔친 것은 반드시 물어내야 한다는 출애굽기 21~22장도 소유권과 보상에 관련된다.

비즈니스(돈벌이)에 대한 내용도 성경에는 많다. 야곱은 팥죽으로 형 에서의 장자권을 샀고,지팡이 하나만 갖고 요단을 건넜으나 외숙부의 집에서 20년을 살면서 큰 부자가 됐다. 그리고 12지파의 조상이 됐다.

포도원 주인이 아침에 나온 일꾼이나 오후 늦게 나온 일꾼에게 똑같은 품삯을 주면서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것"이라고 한 마태복음 20장의 이야기에서는 기계적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을 지향하는 기독교적 가치를 읽어낸다. 교회에 다닌 햇수대로 '믿음상'이 주어지지 않듯이 시장경제의 임금도 일한 시간대로만 정해지지는 않으며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가족의 가치,법치의 중요성과 관련된 성경의 이야기와 CEO마인드로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발전시킨 아브라함과 야곱,요셉,모세,다윗,솔로몬,예수,바울 등의 삶도 소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