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건축물이 아무리 많아도 활용하는 사람들의 습관과 사회적인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

녹색건축 전문가인 콩스탕 뱅 아르쇼(Constant Van Aerschot) 라파즈 그룹 지속가능건설 전략 담당 이사는 13일 "한국의 건축은 이미 녹색건축으로 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열린 '그린주택포럼 2009'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아르쇼 이사는 한국의 대표적 주거형태인 아파트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 평가했다. 여러 세대가 연결된 형태의 아파트는 단독주택보다 외부와 접촉하는 면적이 적어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은 녹색건축물이라는 것.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녹색건축물에 걸맞게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울에 실내 온도를 잔뜩 높여 놓고 반팔을 입고 생활하는 습관을 녹색건축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고기능성 단열재,창호,열교환기를 갖춘 환기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유럽 사람들은 겨울철 실내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대신 스웨터를 입고 생활한다"며 "사람들의 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난방에너지를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의 거리를 최대한 줄이도록 도시계획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개별 건물들이 아무리 에너지 절약을 해도 집에서 직장으로 이동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면 총체적인 에너지 절약이라는 관점에서 녹색건축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 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이 한 건물에 있는 한국의 주상복합형 아파트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휴스턴에는 녹색건축물이 많지만 대부분의 주민이 단독주택에 살고 있어 직장에 가기 위해 매일 40~50㎞를 이동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어서는 녹색건축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르쇼 이사는 세계지속가능발전협의회(WBCSD)에서 건축물 에너지 효율성 프로젝트 공동 의장직을 맡고 있는 세계적인 녹색건축 전문가다. WBCSD는 전 세계 35개국 이상이 회원으로 참여해 기업의 지속가능발전,지식공유 등에 관한 포럼 등을 개최하는 건축자재협회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