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행정구역 자율통합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10일 자율통합 찬반투표의 뚜껑을 연 결과 예상보다 많은 6개 지역, 16개 시 · 군에서 찬성률 50%를 웃돌았다. 이들 지역은 해당 지방의회 의결만 거치면 '짝짓기'에 성공해 내년 7월부터 통합 자치단체로 새로 출범하게 된다. 정부는 50억원의 특별교부세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푼 분위기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여론조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어 최종 확정까지 어려움도 예상된다.

◆"자족발전 계기" vs "의외의 결과"

경기도에서는 3개 지역이 자율통합 대상에 포함됐다. 시 · 군 통합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경기도 성남 · 하남 · 광주시는 "3개 시가 1000년 전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한울타리 속에서 살아온 한뿌리라는 정체성을 인정받은 것"(이대엽 성남시장)이라며 반겼다.

충청권은 청주와 청원이 각각 89.7%와 50.2%의 찬성률로 선정됐다. 청주 · 청원 간 통합은 1994년 2005년에 이어 이번이 삼수째다.

그러나 통합이 유력했던 남양주 · 구리와 목포 · 무안 · 신안은 반대율이 더 높았다.

경남 마산 · 창원 · 진해는 대체로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진주 · 산청도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 산청군 조경래 행정계장은 "산청은 주민들이 교육을 위해 자녀를 진주에 보내고,진주 인구 25%가 산청주민이어서 진주와 같은 생활권"이라며 환영했다.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지방의회 의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태섭 화성시의회 의장은 "여론조사 결과가 의외"라며 "화성시 의원들은 통합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이 찬성한 사안에 대해 의회가 뒤집기는 쉽지 않겠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 주민투표까지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어떤 혜택 주나

통합이 최종 성사되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정 및 각종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우선 통합에 앞서 각각 50억원의 특별교부세가 지원된다. 통합 지자체는 통합 이전에 각각 지원받던 교부세를 5년간 보장받게 되며,통합 지자체 보통교부세액의 약 60%를 추가로 10년에 걸쳐 분할 지원받는다. 국고보조율도 일반 기준보다 10%포인트 높아진다. 정부는 재정지원과는 별도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시 통합 지자체에 우선해 예산을 배정하고 장기임대산업단지 선정 시에도 우대혜택을 줄 방침이다. 또 생활권에 따라 학군을 재조정하고 기숙형 고교와 마이스터고 · 자율형 사립고를 지정할 때에도 우선적으로 고려키로 했다. 읍 · 면이 동으로 전환되더라도 기존의 면허세 세율,대학 특례입학 자격 등 농어촌 지역 주민이 누리던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인구 100만명 이상 통합시의 경우 인사 · 조직 자율권이 주어지고 부시장 1명이 증원되며 일부 실 · 국장 직급도 상향 조정된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총리 소속으로 범정부적인 협의 · 지원기구를 설치해 통합 자치단체의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일정은

정부는 지역 국회의원과 도지사 등에게 주민의견 조사 결과를 설명하는 등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방침이다. 이달 중 이들 통합 대상 16개 시 · 군의 지방의회 의견도 청취하기로 했다. 지방의회에서 통합을 의결하면 통합이 결정되고,지방의회가 찬성하지 않으면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 여부가 결정된다. 주민투표는 여론조사와 같이 유효투표 중에서 찬성률이 반대율보다 높으면 통합지역으로 최종 선정된다. 정부는 연말까지 통합 자치단체 설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거쳐 7월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김병일/이재철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