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항저우 레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자문위원회 중소기업정상회의 개막식.무대 위 대형 패널에 미국 자택에 있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모습이 뜨면서 4000여명이 발 디딜 틈없이 들어선 회의장의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현재 베이징 시간으로 10시25분이지만 미 현지시간은 저녁 11시 안팎"이라며 "줄곧 인터넷에서 '잭마'(마윈 알라바바 회장의 영문이름)를 기다렸다"며 축사를 시작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날 마 회장이 주도한 이번 회의에 축사를 한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 회장 초청으로 항저우를 찾은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마 회장과 중국 인터넷의 전망에 대한 '서호담판'(西湖論劍)을 벌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당시 알리바바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마 회장의 포부에 대해 '작은 키 큰 야망'으로 평가했으며,이후 두 사람은 절친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 회장의 키는 160㎝가 채 안 된다. 이날 마 회장은 '작은 기업 큰 꿈(小企業 大夢想)'을 강조하며 4년 전 평가에 화답했다.

이어서 열린 토론회에선 마 회장과 미 NBA 스타인 코비 브라이언트가 농구 및 창업을 화두로 대화를 나눴다.

APEC 중기정상회의 강연을 위해 날아온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도 마 회장과 어깨동무를 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그와 브라이언트는 알리바바의 새 본사 건물을 찾아 스타벅스 매장 개관을 축하했다. 스타 중국기업인에서 나아가 다국적 기업가로 변모하는 마 회장의 모습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이 한 중국 기업인을 세계 기업가 반열에 오르게 했을까. 마윈이 세계 최대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업체를 일궈냈다는 점 외에 그를 영웅으로 치켜세우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생각이다.

마 회장은 "항저우의 택시기사,서호(西湖)의 뱃사공이 알리바바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알라바바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 즐비한 마윈 어록과 중국 서점가를 채우는 마윈 서적들은 기업인을 영웅으로 받드는 사회분위기가 경쟁력 있는 기업의 토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저우=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