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책(e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자책은 종이 책의 내용을 디지털 형태로 저장해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는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다. 검은색과 흰색 잉크를 적절히 섞어 화면을 띄우는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덕분에 디지털 문자를 읽을 때도 종이 책을 보는 것처럼 눈이 편안한 게 장점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누적 판매량 80만대 이상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최근에는 소니 등이 경쟁에 가세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지난 7월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고,최근 아이리버도 깔끔한 디자인을 내세운 전자책 단말기를 내놓으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이리버 스토리,킨들에 도전장

아이리버는 이달 중순 국내 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미국 러시아 호주 등지에서 전자책 '스토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6인치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학교나 공공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문서를 별도의 파일 변환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전자책 전용 파일인 이퍼브(epub)나 PDF는 물론,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 각종 문서를 곧바로 읽을 수 있다. '코믹 뷰어' 기능을 갖춰 만화책도 볼 수 있다.

MP3 플레이어 기능을 담았으며 32기가바이트(GB)까지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다. 배터리 소모량을 줄인 절전형 구조로 제작해 최대 9000페이지까지 연속으로 읽을 수 있다. 디자인은 곡선 형태로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으며,밑부분에 장착한 자판으로 다이어리나 메모 등을 작성할 수 있다. 가격은 30만원대 중반이다.

회사 관계자는 "교보문고를 비롯해 두산동아 능률교육 등 주요 콘텐츠 업체와 제휴해 다양한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전자책 최대 수요처인 미국 시장에서 킨들과 같은 제품과 맞대결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터치 방식 전자책

삼성전자는 독서,메모,일정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전자책 단말기 'SNE-50K'를 지난 7월 말 국내 시장에 내놨다.

교보문고와 제휴를 통해 판매되는 이 제품은 기존 전자책과 달리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 '쓰기' 기능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게 특징이다. 펜으로 종이에 쓰듯 자유롭게 메모를 하고 저장할 수 있다. 단말기와 함께 제공되는 '가상 프린터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는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의 문서 파일을 그림 파일로 자동 변환해 볼 수 있다.

화면 크기는 5인치이며 야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장 메모리에 400여권의 책 또는 8000여장의 메모를 저장할 수 있다. 제품 두께는 9㎜이고,무게는 200g이다. 전력 소모도 매우 낮은 편으로 5초마다 페이지를 넘기면 최대 4230페이지까지 볼 수 있다. 가격은 30만원대 초반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2차로 준비한 판매 물량이 이미 모두 팔려나갈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 고객들 대부분이 전자책 콘텐츠도 다운로드하고 있어 전반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 갈수록 커진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교보문고와 공동 마케팅을 벌이며 국내 전자책 시장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이들 두 회사는 이번 전자책 출시로 국내에서 관련 콘텐츠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터넷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2006년 약 2100억원 규모에서 2010년 1조600억원,2012년에는 2조3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책 콘텐츠는 그동안 휴대폰과 PC용 등으로 일부 유통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우수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전자책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콘텐츠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사나 관련 중소기업들도 전자책 시장 진출을 속속 노리고 있다.

전자책 시장은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영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에 따르면 세계 전자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8억달러였으며,2013년에는 89억달러로 예상돼 연평균 37.2%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이 각각 2580만달러,37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배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전자책 단말기 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는가'의 문제"라며 "아마존이 킨들로 전자책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27만여 권에 이르는 방대한 전자책 콘텐츠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