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사이트 이제 동물원 되겠네"….
오는 23일 개정 저작권법 시행을 두고 네티즌들이 내뱉는 말이다. 여기서 '동물원'은 애완동물을 단순 촬영한 영상을 말한다.

일부 UCC 영상제작자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는 등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들은 작품 활동을 위해 저작권의 복잡한 조건을 따지기 전에 '그냥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네티즌들은 이전만큼 볼거리, 즐길거리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실제 UCC 전문제작자들은 개정 저작권법 시행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패러디의 강자 '한잔소주', 창작 집단 '돌고래유괴단' 대표 신우석, UCC 커뮤니티 '후크필름'의 대표 '후크선장', UCC계 아티스트 '그림꾼', '노을'을 직접 만나 저작권 강화에 따른 애환과 앞으로 활동에 대해 허심탄회한 생각을 들어봤다.

◆ "네티즌들의 소통의 장 위축 될 듯"

UCC 전문제작자들은 입모아 "저작권법에 대해 무지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6월 말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5살 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58초간 따라부른 UCC 영상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게시 중단된 사례를 예로들며 개정 저작권법에 대해 혼란스러워했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통해 이용자들이 저작권을 침해하기 쉬운 예를 설명해 놓은 사례를 살펴보면 ▲사진 및 영화, 드라마 등에 나오는 장면을 캡처해 등록하는 행위 ▲드라마 명대사, 책 속의 글, 노래가사 등을 올리는 행위 ▲영화 포스터, 드라마 장면, 삽화 등을 가지고 패러디한 것을 올리는 행위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직접 부르거나 음악에 맞춰 춤춘 동영상을 촬영해서 올리는 행위 ▲다른 사람이 쓴 맛 집, 여행지 정보 등을 올리는 행위 등이다.

UCC 커뮤니티 '후크필름'의 대표 '후크선장'은 "실제 커뮤니티 회원들이 저작권법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내지만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다"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저작권법 경계가 너무나 애매모호하다"고 털어놨다.

'돌고래유괴단' 대표 신우석은 "'모녀텔미', '직딩슈주', '여고생 소녀시대' 등 얼마나 많은 이슈를 낳았는가"라며 "상업적 목적보다 그 문화를 즐긴 것 뿐"이라고 답했다.

과거 동영상사이트를 주름잡았던 인기 저작물은 기존 저작권법으로도 불법이다.

'그림꾼'은 "모두가 저작권에 대해서 방관하고 UCC문화 몸집 키우기에만 급급해왔다"며 한탄했다. '한잔소주'는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대한민국 동영상 UCC 대상'에서 '땡벌 부르는 마이클잭슨' 영상으로 수상했다"며 "작품활동을 권장하던 2년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무척 아이러니 하다"고 난감해했다.

UCC 전문제작자들은 UCC문화의 축소에 대해 우려했다. '노을'은 "UCC 저작물들도 인터넷 문화가 움직이고 있고 대중들이 소통하고 있는데 소통의 장을 위축시키는 것 같아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역시 "당분간 UCC 콘텐츠가 줄면 수요자들도 줄어 침체기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개정 저작권법' UCC문화 터닝포인트

5명의 전문제작자들은 "법을 지키는 선에서 영상 제작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입모았다.

'돌고래유괴단' 신우석은 "UCC문화의 거품이 빠지는 계기"라며 "제작자들에게는 오히려 터닝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누가 더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살아남는가였지만 앞으로는 기획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림꾼'은 "1인 제작물을 벗어나 음악, 영상 등 각 분야 프로 못지 않은 아마추어들이 함께하는 제작물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을'은 "외국와 같이 프리음원, 프리영상 사이트들이 구축돼 작품활동을 지원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후크선장'은 "불법의 잔가지들은 쳐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규제가 능사가 아니다"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정이용제도 도입을 기대해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부는 UCC 제작 등 비영리의 단순한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쓸 수 있게 '공정이용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공정이용제도를 담은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말쯤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스팀 김시은 기자 showti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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