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반대로 지난 13년간 시행이 유예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해 오종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과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이 "노동운동의 자주성과 자생력 확보를 위해 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조합비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1997년 관련법에 이 조항을 도입한 이후 노동계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첫 찬성 목소리다. 특히 한때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한 두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은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로 결정해야 한다"는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될 뿐더러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오종쇄 위원장은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상생문화포럼에서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에 대한 노조활동가의 견해'라는 발제를 통해 "노조의 소중한 가치는 자주성이다. 전임자 임금은 조합비에서 충당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자주성이 있어야 자생력이 생기고 양질의 노동운동이 가능하다"며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스스로 충당한다면 전임자도 줄어들고 전투적 노동운동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에서 지불하면 조합원들에 대한 전임자들의 서비스 질도 크게 높아지고 현장 노사관계에도 상당한 변화와 도전을 던져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연수 위원장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위한 법 정비가 필요하다"며 "자주적 노조로 가기 위해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이 조합원 주머니에서 나간다면 (조합원들은) 전문성을 갖추고 조합원을 위해 일하는 전임자를 뽑게 될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전임자 임금 자체 충당을 통해 자주성을 확립해 나간다면 국가경제와 국정 전반에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상생포럼은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인하대 교수),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이철수 서울대 교수,조준모 성균관대 교수,주완 변호사 등 학계 법조계 노동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이 가치 중립을 지키며 노사관계 선진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만든 모임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한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은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1997년 도입됐으나 노 · 사 · 정 합의로 5년씩 두 차례,2006년에 추가로 3년 등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돼 왔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