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시장을 독점해 온 PC 운영체제(OS) 분야에 국내 벤처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티맥스소프트는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토종 OS인 '티맥스 윈도'를 첫 공개하고 오는 11월 중 시판에 나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기업의 OS 시장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1993년 PC 제조회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동으로 K-DOS를 만들었다 실패한 이후 16년 만의 재도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토종 OS의 선전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청와대를 방문한 티맥스 경영진에게 이 제품의 첫 구매자가 될 것을 약속했다.

◆윈도 가격 3분의 1로 낮춘다

이날 공개된 티맥스 윈도의 기능은 MS 윈도와 상당 부분 닮았다. 시작 메뉴,프로그램 관리 등의 사용자 환경(UI)이나 조작 방법이 MS 윈도와 비슷해 처음 쓰는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MS 윈도에서 사용하던 익스플로러,오피스 등 각종 응용 프로그램도 거의 99% 호환된다. 기존 MS 윈도와 비슷하다 보니 크게 나을 게 없는 제품을 누가 쓰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박대연 티맥스소프트 회장은 "MS 윈도 가격의 절반이나 3분의 1 가격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선발 회사의 독점력이 강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첫 제품에서는 호환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년 이후 나올 제품부터는 독창적인 UI와 보안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티맥스 윈도가 MS 제품을 뒤따라간 것만은 아니다. OS의 핵심 엔진(커널)에서 그래픽까지 함께 처리하는 MS 윈도와 달리 커널 기능을 최소화,시스템 오류 발생 확률을 줄였다. MS 윈도가 전용 프로그램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리눅스,유닉스 등 다른 OS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함께 사용하도록 해 개방성을 높인 것도 티맥스 윈도의 장점으로 꼽힌다.

◆'골리앗' MS에 "한판 붙자"

OS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최고 기술이 집약된 상품이다. MS의 20년 독점을 세계 어떤 기업도 깨지 못한 것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가 어려워서였다. 이런 시장에 벤처기업이 도전장을 던진 데 대해 '무모한 도전'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박 회장은 "일각에서 제2의 황우석 교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돈을 1원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백억원을 투자해 OS를 만들었는데,누가 가능성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이렇게 엄청난 돈을 투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의 도전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거둔 성과가 눈부시기 때문이다. KAIST 교수이던 1997년 티맥스를 설립해 지난해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로는 처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기업용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 등 세계 2~3위 소프트웨어업체인 IBM,오라클이 장악해 온 시장의 독점 구조를 허문 것도 티맥스다. 이 분야 소프트웨어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싼 것도 자국 상품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 여세를 몰아 세계 1위 MS가 장악한 OS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박 회장은 "토종 윈도의 등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티맥스 윈도와 오피스로 해외에 진출해 2012년까지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0%,2015년까지 30%를 확보해 13조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