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초식동물을 닮은 남성,이른바 '초식남'은 말 만들기 좋아하는 일본에서 비롯됐다.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육식계' 혹은 '마초'와 상반되는 의미로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남성상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다. 한마디로 여성적 취향을 가진 남성으로 부드러운 성격에 연애보다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남자답게 사는 것'보다 '나답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만의 공간,나만의 취미,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자신을 꾸미고 혼자 놀기 좋아하는 초식남.까다롭지만 합리적인 그들의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예쁘면 돈 아깝지 않아

꽃남 열풍으로 예쁜 남자 스타일을 공략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졌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싫어하는 초식남 역시 시답잖은 회식자리에 끌려 시간을 낭비하느니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스포츠,영화를 보면서 팩을 하고 다음날 출근할 때 입을 옷을 맞춰놓는다. 하지만 초식남은 '예쁜 외모'를 추구하는 꽃남과는 달리 '예쁜 제품'을 좋아하는 남자들이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모으거나 패션이나 화장품 브랜드를 섭렵하는 식이다. 여성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여성 취향이지만 그렇다고 여자처럼 하고 다니는 건 아니다.

오는 15일 국내 방영을 앞두고 있는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 '결혼 못하는 남자'는 전형적인 초식남 스타일을 보여준다. 주인공 지진희는 드라마 속에서 레스토랑의 6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아 고기를 구워먹으며 행복해 한다. 자신만의 미의 세계에 빠져 있는 그는 음식부터 패션까지 좋아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심이다. 그래서 더욱 소비에 깐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

브랜드를 꿰뚫고 있는 그들은 명품에 연연하기보다 멀티숍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춰 쇼핑하고 구제품이나 로드숍,인터넷 쇼핑을 통해 구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찾아 손에 쥐는 희열감에 취한다. 일단 특정 제품에 '필이 꽂히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침에 로션 하나만 바르던 것에서 토너,에센스,데이로션,비비크림으로까지 발전돼 남자들의 출근시간을 바쁘게 한다.

◆남성컬러보다 여성컬러에 손이 간다

좋아하는 여자와 수다떨기를 즐기는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윤상현 분),요리하는 남자 알렉스 등이 '초식남'의 전형이다. 감성적이고 부드러우며 여자친구들이 많은 초식남은 중성적인 패션을 선호한다.

기본 아이템은 심플한 대신 블랙 · 그레이 등 전형적인 '남성 컬러'가 아니라 핑크 · 옐로 · 그린 등 '여성 컬러'에 손이 간다. 남성복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컬러와 스타일을 선보인 마에스트로의 '젤라또' 라인이 그 예다.

초식남 스타일은 같은 색상의 세트 한 벌을 사기보다 컬러 셔츠,린넨 재킷,베스트,면팬츠 등 단품을 사서 다양하게 활용한다. 포인트 컬러를 살리기 위해선 화이트나 베이지와 매치하고,동일 계열의 컬러라면 체크 셔츠에 블루 재킷처럼 패턴에 변화를 주는 식이다.

초식남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연출할 줄 안다. 스타일의 즐거움을 아는 그들은 액세서리에 열광한다. 단조로운 남성 패션에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액세서리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는 한 초식남 친구는 안경 30여개를 매일 옷에 맞춰 사용한다. 신발은 운동화부터 스니커즈,로퍼,구두까지 바지와 벨트에 맞춰 50여개를 다양하게 스타일링한다.

하지만 신상품에 미치는 쇼핑광(狂)은 아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체크 셔츠에 보우타이로 귀엽게 멋을 낼 줄 아는 센스를 지니고 있다. 좀 더 포멀하게 입고 싶으면 재킷에 행커치프를 꽂고 화이트나 그린 컬러의 상큼한 컬러 벨트로 마무리한다. '리복'의 컬러 운동화나 '스타일러스 by 골든듀'의 실버 목걸이 등은 초식남의 여름 쇼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바지 길이가 짧아지면서 운동화로 포인트를 주거나 캐주얼셔츠와 티셔츠의 계절인 만큼 네크 라인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마초가 그립다'며 말랑말랑한 남자 트렌드를 지겨워하기도 하지만 초식남의 등장에 대해 여자들도 그리 싫지 않은 눈치다. 애인이 아닌 남자친구나 동료로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수다를 떨 수 있고,가끔은 어깨에 기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예쁜 셔츠 입은 부드러운 매너의 남자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은 여자들의 자연스런 본능 아닐까.

브레인파이 대표 · 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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