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생이지만 대통령님의 죽음이 너무 속상해요. 저희 할아버지가 그날 너무 마음이 아프셨대요. 저도 덩달아 속상해졌어요. 네이버가 온통 검은색으로 바뀌었어요. 네이버도 노무현 대통령님의 죽음이 속상한가봐요. 천국가셔서 잘 사세요. " 한 초등학생이 인터넷포털 네이버의 노 전 대통령 추모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야후코리아 등 주요 인터넷포털은 초기화면의 색깔을 검정색으로 바꾸고 일제히 추모 모드에 들어갔다. 이들 포털이 개설한 추모 게시판에 글을 남긴 네티즌도 200만명을 넘어섰다.

고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나 사진 등 사용자제작콘텐츠(UCC)도 넘쳐나고 있다. 싸이월드의 동영상 코너에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게시물의 조회수는 18만건에 이른다.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모아놓은 이 게시물은 미니홈피나 블로그로 급속히 퍼날라지고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불렀던 동영상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국에 적지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사이버 공간은 한층 성숙해지고 차분해진 모습이다. 노사모 회원들이 일부 정치인의 조문을 가로막아 논란이 일자 이를 만류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불광소약'이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게시글에서 "만약 불상사가 생긴다면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 모두의 진심어린 애도를 영전에 모아드리는 게 고인을 위한 길"이라고 호소했다. 간혹 노 전 대통령을 폄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더라도 떼로 달려들어 매도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광장을 빈소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울시에 항의 전화를 하자는 등의 게시글도 호응을 얻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포털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쟁의 기회가 아닌 화합의 계기로 승화됐으면 하는 것이 네티즌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라고 전했다. 한층 성숙해진 추모열기처럼 이념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하나로 뭉치고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은 고인의 바람이기도 할 것 같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