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북미,유럽업체들이 바짝 뒤쫓고 있어 긴장해야 할 겁니다. "

독일 게임엔진 개발사 크라이텍의 체밧 옐리(사진) 사장은 비슷한 게임 일색인 한국 게임업계에 쓴 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리도 비슷해보이는 콘솔게임을 여럿 내놨는데 실패작이라 생각한다"며 "좀더 창의적인 새로운 게임을 내놔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업체들에게 "경험이 많다고 잘하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며 "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크라이텍은 가장 자연스러운 그래픽을 구현해낸다는 평가를 받는 게임엔진 '크라이엔진'과 이를 활용한 '파크라이''크라이시스''크라이시스 워헤드'를 만든 회사다. 게임엔진은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는 물론 건축 조선업에도 활용되는 기본 프로그램으로 크라이엔진은 보통 10~20억원에 팔린다. 엔씨소프트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이온'도 이 엔진을 채택했고 지난해 말엔 한국지사도 설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크라이텍의 직원은 총 490명.이중 90%가 개발인력으로 현재 차기작을 개발 중이다.

본사에서 만난 체밧 옐리 사장은 독창성(Originality)을 핵심 성공요소로 꼽았다.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크로스파이어 아바 등 한국에서 만든 FPS(1인칭 총싸움게임)는 서로 차별화가 안될 정도로 비슷하다"는 일침을 가하는 것도 "독창성이야말로 넘쳐나는 온라인게임 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북미 유럽업체들의 도전이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업체들이 선두주자로서 좀더 분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게임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체밧 옐리 사장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너무 콘솔에 치중돼 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게임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풍성한 스토리,새로운 콘셉트로 깊이 있다는 게임을 만드는 게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크푸르트(독일)=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