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게임의 기세가 무섭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에 머물던 온라인게임 시장이 유럽 남미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환율 효과까지 톡톡히 보고 있어서다.

◆한국 게임업체 날고,글로벌 게임업체들은 주춤

엔씨소프트 넥슨 네오위즈게임즈 NHN 등 국내 대표 게임업체들은 지난 1분기에 앞다퉈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 게임 아이온 덕분에 1분기에 1334억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것이다. 넥슨도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509억원을 달성하며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NHN의 게임사업부문 한게임도 지난 1분기에 1164억원의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대에 올라섰다.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 등도 좋은 성과를 냈다.

반면 콘솔게임 위주의 글로벌 게임회사들은 부진한 성적을 냈다. 미국 EA는 지난해 4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2년 연속 적자에 빠져 있다. THQ는 지난해 매출이 8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 격감했다. 닌텐도를 제외한 코나미 스퀘어에닉스 등 일본 콘솔게임업체들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경기불황 탓에 소비자들이 신작 게임을 사지 않고 중고 게임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주력 수출산업화해야

불황기에 한국 온라인게임이 돋보이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불법복제나 중고 제품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는 경기불황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신작 게임이 아닌 중고 게임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정작 게임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온라인게임은 PC로 인터넷에 접속해 즐기는 형태여서 게임 수요 증가가 그대로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미국 신생 게임업체인 리어덴스튜디오가 콘솔게임을 인터넷에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온라이브(ON Live)'를 준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온 크로스파이어 등 신작 게임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새로운 매출원으로 떠오른 것도 이유로 꼽힌다. 작년 초에 비해 환율이 20~30%가량 올라 로열티 수입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 하지만 환율 변동으로 인해 수익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는 데다 미국 일본 등의 세계적 게임회사들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돌아서면 한국 게임회사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호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 개발력이 뛰어난 미국 일본 업체들이 온라인에 집중할 경우 한국 게임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게임이 국가 주력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