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무대뒤에 숨은 경제상황 알아야 작품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세계 금융산업은 유대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에는 오랜 역사적 배경이 있다.

기독교가 지배하고 있었던 중세에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가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경제 생활에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일이 없을 수는 없는 법이다.

말하자면 도덕적 규범과 현실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업(고리대금업)은 자연히 사회에서 소외받고 멸시받던 유대인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는 소설에도 간간히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1596)은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의 비도덕적 상행위를 소재로 삼고 있다.

물론 샤일록은 유대인이다.

베니스 상인의 무대가 국제무역항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대인의 고리대금업 진출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서 샤일록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1파운드의 살을 요구하지만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살을 도려내라는 판결을 받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악덕 고리대금업자로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1821~1881)의 '죄와 벌'(1862)에도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를 비난하는 내용이 나온다.

주인공 대학생이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하며 유대인을 사회의 좀벌레(이)와 같은 존재로 비유하고 있다.

고리대금업으로 천시를 받던 유대인들은 지금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45년작 '동물농장'은 당시 사회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 혁명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산화의 물결이 확산되던 시절 오웰은 동물농장이라는 작품을 통해 사회주의의 모순을 지적했다.

'농장은 점점 부유해지는 것 같았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정작 동물들 자신은 넉넉하지 못했다. 물론 돼지와 개들은 예외였다.'

동물농장에 나오는 이 구절은 당 간부들만 잘 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허구를 꼬집고 있다.

⊙ 근대작품 당시 경제 상황알 수 있어

해방 전후에 나온 우리나라 근대 문학 작품은 대부분 당시의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김유정의 '봄봄'은 마름의 딸과 소작농 아들 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 마름-소작농의 관계를 알아야 제대로 작품 이해가 가능하다.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하는 '미두'(米斗)는 현물(쌀) 없이 쌀값 변동을 이용한 투기 거래로,요즘으로 치면 선물(先物)에 해당한다.

초봉의 아버지가 당시로선 선진 금융기법인 미두에 투자하면서 몰락하고,초봉이 기구한 삶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투기자본과 식민지 경제의 귀결로 해석된다.

최근 100만부 이상 팔리며 스테디 셀러에 오른 '마시멜로 이야기'는 경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마시멜로라는 과자을 먹고 싶은 욕망을 참아낸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성장 후 비교한 결과 욕망을 참아낸 아이들이 더 크게 성공했다는 통계를 바탕으로 '내일을 위한 준비'를 강조하고 있다.

내일 많은 보수를 얻으려면 오늘 욕망을 참을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경제의 기본 원리다.

내일의 100원보다 오늘의 100원을 얼마나 더 좋아하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가치 선호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학입시를 위해 오늘 공부하기보다 즐거움을 위해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학생은 현재 가치 선호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저축이나 인내를 강조하는 작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문학작품은 이처럼 경제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읽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처럼 경제 상황을 알고 있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베니스의 상인'처럼 작품의 내용을 통해 당시의 경제 상황을 추론할 수도 있다.

박주병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