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재판관이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rut · ICC)의 수장으로 선출됐다.

ICC는 11일(현지시간) 송상현 재판관(68)이 동료 재판관들의 호선으로 필립 커시의 뒤를 이을 후임 재판소장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2003년 ICC 재판관으로 선출된 송 신임 재판소장은 이날 선출된 파투마타 뎀벨레 디아라(말리),한스 페터 카울(독일) 부소장과 함께 앞으로 3년간 ICC를 이끌게 된다.

ICC 측은 재판관들이 송 소장의 법원 운영 방식,형사소송 '증거주의'와 관련한 폭넓은 실무적 · 학문적 경험 등을 높이 평가해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재판소장에 선출했다고 설명했다.

2002년 설립된 ICC는 반(反)인류 범죄 및 전범을 단죄하는 세계 유일의 형사법원.1945년 설립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반면 ICC는 대량 학살 등을 자행한 개인의 책임을 묻는 법원이다. 집단살해죄(genocide),인도에 반한 죄,전쟁 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을 위반한 개인을 처벌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법의 지배를 확립하기 위해 설립됐다. 재판관 수는 18명이며 ICC 소장은 검찰국 관련 이슈를 제외한 재판소 내 운영과 행정을 책임진다.

독립운동가 고하(古下) 송진우의 손자인 송 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2년 고등고시 행정과(14회)에 합격한 데 이어 이듬해 고등고시 사법과(16회)에 합격,법조인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1972년부터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서 교수로 활동,후학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 국제거래법학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 등을 지냈다.

송 소장의 제자들은 그를 제자 사랑이 각별한 스승으로 기억한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송 소장의 수업을 들은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대학시절 데모를 한 전력 때문에 사법시험 면접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했는데 송 소장님이 신원보증을 서 주셔서 어렵게 변호사가 됐다"며 "미국 유학 때도 1년에 한 번씩은 제자들을 방문할 정도로 제자를 챙기셨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