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KTF 합병으로 통신업계가 논쟁을 벌이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 인가권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고 있지만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판단이 주된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합병을 바라보는 공정위의 시각은 지난 28일 한국신용정보(한신정)와 한국신용평가정보(한신평정)의 기업결합 승인 건에서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두 회사가 결합하면 본인 신용정보조회와 실명확인서비스 시장에서 각각 88%, 70%를 차지하게 되지만, 공정위는 경쟁사업자의 빠른 성장과 시장 개방 정도 등을 감안해 승인해 준 것이다.

공정위는 특히 이번 결합으로 국내 신용정보업 시장의 영세성을 탈피하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SK텔레콤LG텔레콤은 KT와 KTF 합병으로 전체 통신 가입자의 51%, 매출액 46%를 차지하는 거대 사업자가 등장해 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주장하지만, 공정위는 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게 되는 결합도 시장 상황을 들어 허용해 준 것이다.

더군다나 KT와 KTF 합병은 모회사의 자회사의 결합이며,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유선전화를 대체하는 인터넷전화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태다.

또 합병의 주된 명분으로 KT가 내세우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공정위와 일치한다.

KT는 국내 사업자가 내수시장에 안주해 KTF와 합병해도 매출 면에서 아시아 6위권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며, 공정위는 순수 신용정보업 시장 규모가 2100억원(2007년 기준)으로 글로벌 신용정보회사인 익스페리언 매출액 4조1300억원의 20분의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유선에서 KT의 경쟁력이 결합상품으로 이어질 것이란 SK텔레콤과 LG텔레콤의 주장도 지난해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현재 SK브로드밴드)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결합상품 소비자 선호도 조사 결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서비스가 이동전화(59.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초고속인터넷은 36.6%였고, KT의 최대 강점인 유선전화는 2.3%에 불과했다.

결합상품별 선호도를 보더라도 '이동전화+유선전화'에서 SK그룹이 68.4%인데 반해 KT그룹은 14.6%에 그치는 등 대부분 결합상품에서 SK그룹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KT그룹이 앞서는 결합상품은 '초고속인터넷+유선전화' 뿐으로, SK그룹보다 6.6%p 많은 41.0%였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KT에서 KTF를 분사토록 한 명분이 지배력 전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공정위 결정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 때처럼 몇 가지 조건을 내걸어 허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LG텔레콤은 '합병이 불가피한 경우'라는 전제로 단말기 보조금 금지와 시내 가입자망 분리, 결합상품 판매 규제 등을 제시한 바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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