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전지현씨의 휴대폰이 불법 복제됐다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휴대폰 사용자들에게 '복제폰 비상'이 걸렸다. 20일 이동통신회사들에는 "혹시 내 휴대폰도 복제된 것 아니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휴대폰 복제 어떻게 이뤄지나

'복제폰'은 휴대폰마다 사업자가 부여한 전자일련번호(ESN)를 추출한 뒤 다른 휴대폰에 복제된 것을 말한다. ESN은 사용자 관리 및 요금청구 기준이 되는 고유 식별번호다. 3세대 휴대폰(3G)은 불법복제가 힘들다. 3G폰에는 가입자 정보를 담은 가입자인증모듈(USIM)칩이 내장되는데,이 칩을 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세대(2G) 휴대폰이라도 2005년 4월 이후 출시된 경우 송 · 수신할 때마다 인증을 하면서 암호화된 신호를 받기 때문에 음성 도청이 힘들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온 구형 2G폰은 전화번호와 ESN만 뽑아내면 복제폰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복제폰의 경우 음성 청취와 문자메시지(SMS) 수신이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같은 기지국 반경 내 동일 섹터(120도 범위)에 복제된 휴대폰이 있으면 음성 감청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벨이 울릴 때 거의 동시에 받아야 한다.

SMS의 경우 휴대폰 2대 중 가장 가까운 시점에 위치정보가 이통사 시스템에 인식된 단말기로만 전달된다. 따라서 문자를 보냈다는데도 자주 들어오지 않을 경우는 복제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공식 집계된 불법 복제폰만 1만대 넘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휴대폰 불법복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중앙전파관리소가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동통신 3사의 FMS(휴대폰 복제탐지 시스템) 검출 현황을 보면 2007년 한 해 불법 복제된 휴대폰이 7916대에 달했다. 2008년 상반기에도 4021대가 불법 복제된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 이후 1년반 동안 복제된 휴대폰이 무려 1만2000여대에 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단속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작년 3월까지 이동통신 3사로 하여금 불법 복제로 의심되는 사용자에게 문자 또는 전화 통화로 이를 알려 원상복구되지 않을 때 불법복제신고센터에 신고하도록 했다"며 "그러나 4월부터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법규 미비를 이유로 불법 복제로 의심되는 번호를 제공하지 않아 단속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에 따라 이동통신회사가 복제로 의심되는 휴대폰 번호를 검출하면 방송통신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휴대폰 복제 피해 막는 방법

휴대폰 불법 복제의 경우 초기에는 통화요금을 남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으나 휴대폰의 불법도청 위치추적 등 사생활 침해,도난 휴대폰의 판매 사기 등 다른 범죄에까지 악용되고 있다. 휴대폰 복제가 의심된다면 간단한 방법으로 알아볼 수 있다. 휴대폰 전원을 끄고 전화를 걸었는데 전원이 꺼졌다는 안내멘트 대신 대기음이 들리거나 엉뚱한 사람이 받을 경우다.

또 전화가 걸려오다 중간에 끊기거나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할 경우,휴대폰 요금이 평상시보다 많이 나올 경우에 자신의 휴대폰을 누군가 복제했을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땐 이동통신회사 고객센터로 전화하거나 '휴대폰 불법복제신고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휴대폰을 복제하거나 복제된 휴대폰을 사용하는 행위,ESN을 제공하거나 제공받는 행위,불법복제를 의뢰한 행위 모두 처벌 대상이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