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주의…새벽운동은 대기 오염물질 들이켜는 격

[Science] 겨울철 무리한 운동은 되레 건강 해치는 ‘毒’이래요!
안 그래도 운동할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에게 겨울철은 대사량 저하와 추운날씨로 인한 움직임 감소로 '뱃살 늘리기'에는 더 없이 적합한 계절이다.

평소에 운동을 잘 안하다가 겨울철이 돼서야 건강관리차원에서 밖으로 나선다면?

물론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상쾌함을 줄 수는 있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겨울철에 무리한 운동을 했다가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겨울산행에 나섰다가 발목부상을 당하거나 저체온증등으로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건강하기 위해서 하는 운동, 특히 겨울철 운동에도 과학적인 원리는 숨어있다.

우리의 신체는 주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움직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몸 안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인 운동 역시 기후, 습도 등의 외부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한여름과 겨울철의 운동 방법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떻게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이 나빠지기 쉬운 겨울철에 건강을 유지하기 쉬운 방법일까?

⊙ 스트레칭은 필수… 과격한 운동은 삼가야

겨울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몰아치기도 한다.

이럴경우 우리몸은 날씨에 반응하는데 대개 무릎,어깨 등 관절부 인대와 근육이 긴장하며 수축되고 유연성이 떨어지게 된다.

날씨가 추우면 근육만 수축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외부로부터 에너지원을 섭취하고 일정한 화학반응을 통해 그로부터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여분의 에너지원을 변형시켜 몸 안에 저장하게 된다.

이러한 화학반응의 반응속도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촉매라고 한다.

특히 생체 내부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효소라고 부른다.

이 효소는 특히 온도에 따라 활성도가 크게 좌우되는데 일반적으로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온도는 섭씨 35~45도 정도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당연히 효소의 작용이 둔화되며 너무 높은 온도 상에서는 효소의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겨울철에는 온도가 낮아져서 효소 활동성이 떨어지고 에너지를 조달하는 메커니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운동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겨울철에 근육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원인이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운동을 하기전에 반드시 스트레칭이나 준비 운동이 필수다.

겨울철에는 다른 계절과 유사한 형태로 운동을 시작하면 사소한 충격에도 크게 다칠 위험이 높다.

따라서 가벼운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보통 스트레칭이라고 하면 반동을 이용해서 허리나 목, 손목, 발목 등을 빠르게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원활히 움직이지 못하는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겨울철에는 평소보다 스트레칭도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

⊙ 새벽운동이 좋다고?… 겨울철에는 글쎄…

보통 아침을 상쾌하게 시작할 목적으로 새벽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추운 날의 새벽 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새벽은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으로 우리 몸이 급작스럽게 저온에 노출될 경우 팔과 다리에서 손발 끝까지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인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그 결과 혈압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혈관 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새벽 운동을 피하고 운동 시간을 오후로 바꾸는 것이 좋다.

오후로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해가 뜬 후 즉 오전 10시 이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또 새벽운동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대기오염문제도 있다.

대기오염은 새벽에 가장 심하다.

산성비나 스모그의 원인이 되는 공기보다 무거운 아황산 가스가 낮 동안에는 자동차나 사람의 움직임으로 인해 공기중에 떠있게 되지만 새벽이 되면 아황산가스는 지표로 가라앉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철엔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 식물에 의한 대기 정화가 어려운 것도 새벽운동을 피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한마디로 도시에서의 겨울철 새벽운동은 상쾌한 공기를 마시는 것은 커녕 대기오염 물질을 들이켜는 것이 될 수 있다.

실외에서 가장 좋은 운동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체온관리는 필수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운동을 하면서 체온을 지켜내지 못하면 심할 경우 저체온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상태를 말한다.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 폐, 뇌와 같은 주요 장기들의 기능이 더불어 저하되기 시작한다.

특히 저체온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운동장애와 신체대사에 지장이 초래된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집 근처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기 때문에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는 않겠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체온보호는 필수다.

감기의 한가지 원인이 추운날씨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실외에서 도보나 달리기로 운동할 경우 신체가 더욱 빨리 냉각돼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바람이 불면 물론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겨울철에는 실외운동보다는 실내운동을 권한다.

실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적절한 옷차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체온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신체부위는 머리, 목, 귀 등이므로 모자와 목도리를 갖추면 좋다.

가장 바깥쪽에 입는 옷은 바람과 냉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해주는 제품으로 피부와 직접 닿는 옷은 땀을 잘 흡수하는 면소재로 된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으면 옷 사이의 공기가 보온을 도와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되지만 너무 두껍게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옷을 너무 많이 입으면 운동 중에 쉽게 땀이 나고 운동 후 이 땀이 증발하면서 오히려 체온을 빼앗아가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을 마칠때도 시작할 때처럼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특히 땀이 식으면서 체온유지가 어려워지거나 동상등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운동후에는 즉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재빨리 마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 필수다.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명하게 운동을 해야한다.

잘못된 운동으로 인해 건강하기 위해 하는 운동이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기훈 한국경제신문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