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몸속의 毒' 복부비만 빼자

묵은 숙제를 털고 가기에 분주한 연말.몸에 숙변처럼 남아있는 내장지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방은 단순히 몸에 쌓인 단순히 기름 덩어리가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하는 내분비조직이다. 체내에 과잉 축적되면 독(毒)처럼 작용한다. 과잉 지방의 폐해를 인식해 새해에는 날씬한 몸으로 건강 100세를 향해 달려보자.

2000년대 의학계의 주목받는 연구 성과 중 하나가 지방세포에 대한 재조명이었다. 예전에는 지방세포를 단순히 몸에 남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로만 생각했으나 최근에는 많은 호르몬과 펩타이드(기능성 단백) 등을 분비하면서 에너지대사를 직접 조절하는 내분비기관으로 간주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장기 사이의 공간에 쌓인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만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미흡함)을 초래하고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음식 섭취 후 혈중 포도당 농도가 올라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을 낮추는 게 정상적이다. 그러나 내장지방이 쌓이기 시작하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충분히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비만할수록 인슐린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를 생산하는 췌장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점차 기능이 쇠약해지고 결국 당뇨병이 나타나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올려 장기적으로는 동맥경화로 인한 혈관질환을 초래한다. 내장지방에서 유리된 과다한 지방산이 간문맥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면 간 속에서 당과 초저밀도 지단백 결합 중성지방(VLDL-TG)이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당을 제대로 연소시키지 못하는 당불내성(당뇨병 전단계)과 고중성 지방혈증이 생긴다. 피에 당과 중성지방이 많이 있으니 혈관은 물러지고 혈액은 걸죽해지면서 동맥경화가 빨리 오게 된다.

여기에 내장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혈전생성인자인 플라스미노겐활성억제인자1형(PAI-1),염증유발물질의 일종인 종양괴사인자(TNF-α) 및 인터페론(IL-6) 등도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렙틴은 비만한 사람에겐 식욕을 억제하고 여윈 사람에겐 식욕을 촉진하는 작용을 하는데 내장지방보다 피하지방에 많다. 따라서 렙틴의 순기능을 상대적으로 적고 느리게 받는 내장비만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반면 PAI-1과 IL-6는 내장지방에서 더 많이 분비되는 경향을 보이므로 내장지방은 혈전과 염증을 일으키는 단초가 된다.

내장지방은 또 아디포넥틴 생산을 저하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 아디포넥틴은 지방세포에서 방출되는 호르몬의 하나로 탄수화물과 지방을 대사시키는 효소를 활성화해 혈당 및 혈중 지질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론들과 반대로 인슐린 저항성이 내장지방 축적의 원인으로도 제시되고 있어 상호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범이며 이를 낮추는 핵심은 내장지방,즉 복부비만을 줄이는 것이다. 지방흡입으로 피하지방을 줄이는 것은 내장지방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식사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서 내장지방을 줄여야 궁극적으로 건강이 개선된다는 게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내장지방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복부에 축적된 단면적을 재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그러나 실제 치료에서 고가의 CT를 쓰는 것은 비실용적이어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방법은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는 허리둘레가 남자는 90㎝ 이상,여자는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라고 제시했다. 내장지방은 몸을 녹슬게 하는 독이라 생각하고 새해에는 '체내 오염물' 저감에 나서자.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유형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철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

● 뱃살 빼는 생활수칙

1. 복식호흡을 생활화한다.
2. 엘리베이터 대신 무조건 계단을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가능한 한 먼 곳에 주차한 후 걷는다. 걸을 때는 속보로 한다.
3. 유산소 운동을 생활화한다.
4. 술자리는 최대한 피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엔 미리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참석한다.
5. 직장에서는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간단한 운동을 하고, 집에서는 텔레비전을 보며 운동을 하거나 가사노동을 할 때 호흡법에 신경쓰는 등 습관들을 바꾼다.
6. 자세를 바르게 하고 허리를 바로 펴는 습관을 들인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는 체형을 변형시키고 허리를 펴지 않으면 복부가 긴장을 늦춰 살이 찌게 된다.
7. 헐렁한 옷을 입지 않는다. 뱃살은 헐렁한 옷을 입을수록 점점 불어난다. 의식적으로 자꾸 조이는 옷을 입다 보면 다이어트를 시도하게 된다.
8.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아침은 물론 세 끼를 제 시간에 챙겨 먹어 과식이나 폭식의 위험을 줄인다.
9.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은 변비 예방에 좋고 공복감을 덜어주므로 생수병을 손에 들고 걷는 습관을 들인다.
10. 잠자기 전 5분 동안 복부 마사지를 한다. 아로마 오일을 이용하면 좋다. 배를 위아래로 쓸 듯이 마사지하며 살짝 두드리거나 꼬집는다.

< 자료: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