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의 CEO(최고경영자)인 사장 자리가 10개월째 공석이다. 주택보증은 주택사업자의 주택분양을 보증하고 주택사업자가 부도 또는 파산했을 경우 주택사업자를 대신해 공사를 맡는 목적으로 1993년에 설립된 공기업이다. 국토부가 55%를 출자했으며 나머지는 민간 건설사와 금융회사 등이 출자했다.

대한주택보증은 현재 미분양 주택 2조원어치를 매입하고 있는 등 꺼져가는 부동산 경기 불씨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공공기관이다. 지난해에만 무려 78조원어치를 분양 보증했으며 보증 잔액은 현재 153조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는 10월 말까지 18조8805억원을 분양 보증했다.

이런 회사의 사령탑이 전임 박성표 사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월 사표를 낸 지 10개월 동안 비어 있다. 한 차례 CEO 공모가 있었으나 적임자가 없었는지 재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재공모 과정도 석연치 않다. 1차 응모자들 가운데 위(?)에서 낙점한 인물이 있었지만 나중에 없던 일이 됐다. 2차 공모 결과 3명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도 위(?)에서 선택받은 것으로 알려진 L씨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어 사장을 공식 선임한다. 농협이 인수한 증권사 사장 출신인 L씨는 주택업무 경험이 전혀 없다.

국토부는 신임 L 사장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주택보증은 아파트 분양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현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현장이 늘어나고 있어 보증 업무가 분주해 지고 있다. 또 정부 방침에 따라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할 일이 산더미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