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화 작가 원석연 화백(1922~2003년)의 5주기 추모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열리고 있다.
원 화백은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연필화로만 작업한 화가다. 오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고통과 환희의 이중주'.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비롯해 개미,마늘,굴비,인물화 시리즈 등 100여점이 걸렸다.

석굴암 문수보살을 소재로 한 1959년 작품은 연필로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만든 작품.문수보살의 팔과 손에 든 잔,자연스럽게 늘어진 옷자락 등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초가집'에서는 필선을 따라 움직이는 미세한 맥박과 울림이 느껴진다.

그는 생전에 "지우개를 사용하지 않고 연필로 일곱 가지 색상을 표현할 수 있다"며 연필화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개미화가'라는 별명처럼 수많은 개미떼를 극사실적으로 그렸다. 유리관에 개미를 넣고 기르며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 1950년대의 10m짜리 대작 '개미'는 타이어 자국과 고무신 자국 등이 새겨진 땅 위에 수천마리의 개미를 등장시켜 인간 군상을 비유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동재 아트사이드 대표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기에는 근면함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조명받기도 했다"며 "원석연의 화실 책상에는 아직도 몽당연필 자루가 많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유족으로부터 연필화 작품 약 20점을 구입하기로 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