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가 세계 4위 피아노 회사에서 정상급 악기제조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종합 악기 제조 전문업체 삼익악기(대표 이형국)는 160년 전통의 독일 피아노 회사인 자일러(로고)를 인수했다고 5일 공시했다.

삼익악기는 독일에 계열사 Seiler Pianofortefabrik GMBH를 세우면서 350만유로인 58억원을 현금으로 출자,자일러 지분 100%를 사들였다.

회사가 독일 피아노 업체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2002년 벡스타인(C.Bechstein) 지분 51%를 인수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현재 삼익악기는 19%의 벡스타인 지분을 갖고있다. 삼익악기의 자일러 인수는 세계 최고급 피아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과 독일업체들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일러는 1849년 피아니스트이자 가구조립공이었던 에드워드 자일러가 설립했다. 유럽에서는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닌 피아노를 제조하는 회사로 명성이 높다. 20세기 초에 활약했던 이탈리아의 유명 음악가인 엔리코 카루소와 레온카발로 등이 자일러의 피아노를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경희대 음대의 서혜경 교수가 자일러 피아노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에는 피아노 해머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소음이 없고 맑은 음색을 낼 수 있는 '조용한 피아노(Silent Piano)'를 만들기도 했다.

삼익악기 관계자는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올해 초부터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오다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익악기는 10월 말 독일에 파견된 인수 실무팀과 자일러 생산팀이 이달 3일부터 독일 키칭엔 공장에서 피아노 공동제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내년 초부터 자일러 측과의 기술협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방침이다. 우선 2009년 출시를 목표로 160주년 신제품 그랜드 피아노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와 유럽 등에서 자일러 브랜드의 피아노를 제조,판매할 예정이다.

회사는 이번 자일러 인수를 통해 향후 3년간 총 5000만달러의 매출과 1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형국 대표는 "2002년 벡스타인과 구축한 전략적 파트너십 경험은 앞으로의 생산 및 영업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익악기의 피아노 제조 기술력을 한 단계 발전시켜 세계 1위의 회사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