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9월 리니지가 출시된 뒤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거둬들인 누적 매출(올 2분기까지)은 1조769억원,누적 회원수는 430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 온라인 게임 강국이란 위상을 안겨 줬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끼리 결혼하고,자선활동을 함께 하는 등 리니지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게임 중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것은 전무후무하고,그런 이유에서 리니지는 앞으로 한국 게임 산업이 뛰어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기도 하다.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연간 1000억원을 웃도는 매출(작년 1247억원)을 올리고,전세계 110만명의 회원이 동시 접속하고 있는 리니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세계에서도 통한 '한국형' 게임

리니지는 여럿이서 온라인을 통해 접속,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팀플레이를 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1998년 9월 신일숙씨 원작의 판타지 만화를 모태로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 첫 서비스가 나간 이후 15개월 만에 100만명 회원을 가진 온라인 게임이 됐고,2000년 8월 미국 비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으로 미국,대만,중국,일본 등으로 수출돼 지금도 서비스되고 있다.

리니지의 성공은 콘텐츠 육성 및 수출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게임은 일단 한번 수출하기만 하면 추가 투자 비용없이 매년 꼬박꼬박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효자 수출 상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리니지를 통한 자신감 덕분에 국내 게임 업계는 전 세계를 향해 수출의 돛을 올리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7억8000만달러를 해외에서 벌어들였고,진출 국가는 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 퍼져 있다.

◆리니지 신드롬

산업적인 기여 못지 않게 리니지는 하나의 사회·문화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비록 게임이라는 사이버 공간이지만,공성전이란 독특한 게임 방식을 통해 리니지는 다중의 플레이어들이 한 공간 안에서 서로를 확인하면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사회다.

예컨대 리니지에서 얼굴도 모른 채 팀 플레이를 하다 결혼에 이른 경우가 숱하다. 작년 실시한 'Episode·사랑의 메신저 이벤트'에서는 리니지를 함께 즐기던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리니지를 활용하고 있다.

아이템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은 때로 사회적인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치 현물처럼 거래되면서 PC방에 '형님'들이 상주하며 아이템을 매집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리니지를 넘어라

리니지가 걸어온 10년은 한국 게임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니지는 숱한 성과를 남겼으나 국내 게임 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숙제도 남겼다. 기술적인 면에선 전 세계를 압도했으나 유럽,미국,일본 등 게임 선진 시장에서도 통할만한 게임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것.게임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인터넷 산업의 발달로 온라인 게임의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한국형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세계에서도 통하는 스토리를 갖춘 게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가 3년간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아이온'을 만들며 애초부터 미국,유럽 시장을 겨냥한 시나리오를 만든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밖에 이달 중순께 출시될 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내년 상반기 출시를 앞둔 블루홀의 'S1 프로젝트'(가칭)도 리니지를 잇는 온라인 게임의 기대주들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