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제임스무역 사장 seoulsusan@naver.com>

난 그다지 인터넷 채팅을 즐기는 편이 아니다. 우리 또래는 딱히 인터넷을 '수다'의 통로로 이용하지 않을 뿐더러 개인적으로 키보드를 말하는 속도로 두들기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래도 가끔은 채팅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요청해서다. 공적인 일이거나 채팅하고 싶어하는 사람에 대해 굳이 다른 수단을 사용하며 대화를 서먹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채팅하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가 이렇게 키보드로 컴퓨터 화면에 쳐넣는 것이 글일까,말일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글을 쓰는데 어떻게 글이 아닐 수 있고 소리가 나지도 않는데 말이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보자.글의 중요성은 종이 같은 필기 대상에 쓰여진 상태로 영원히 남는다는 데 있다. 한번 쓰여진 글의 내용은 쉽게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자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쓴다. 오자라도 나오면 무슨 망신인가.

반면 말은 한번 뱉어지면 혹자는 듣겠지만 말 자체는 그대로 사라진다. 쉽게 생기고 없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용을 다듬는데 대해 노력을 적게 한다. 때문에 문법이 틀리기도 하고 사투리가 섞이기도 한다. 그럼 인터넷상의 채팅은 무엇일까. 내가 쓴 글은 다음 사람의 글이 나오면 한 칸씩 밀리며 곧바로 사라진다. 일부러 저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놔둔다. 눈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글이지만 수명이 찰나라는 점에서는 말의 속성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채팅이나 댓글이 사회적으로,언어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도 이런 기존 말이 가진 속성 때문이 아닐까. 만약 내가 인터넷에 올린 글이 기록으로 영원히 남고 그것이 나의 이미지가 된다면 보다 신중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냥 떠드는 수다처럼 쉽게 할 수 있다면 가끔은 대담해질 수도 있다. 말로써 뒷담화를 누구나 하지 않나. 글도 아니고 말도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글과 말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두 가지 표현의 장점과 단점과 함께,그 중간 어디엔가 위치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만나는 인터넷상의 표현들은 분명 새로운 시도다. 글이기도 하고 말이기도 한 이런 표현양식을 어떻게 건전한 방식으로 다듬을지 우리 사회에 숙제가 하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