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각 구청이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가를 심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분양가상한제 심사위원회가 벌써 9개월째 개점휴업 중이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분양승인(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한 아파트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심사를 하고 말 것도 없는데 미리부터 심사위윈회를 구성한 꼴이 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에 서울에서 입주자를 모집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아파트는 대림산업의 용산구 신계동 재개발 아파트 외에는 아직까지 드러난 물량이 없다. 앞으로도 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얘기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심사위원회를 각 구청이 서둘러 만든 것은 국토해양부의 '독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초 심사위원회를 만들었던 모 구청 관계자는 "위원회를 꾸려도 심사할 대상이 없을 것 같아 나중에 하려고 했지만 국토부가 만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위원을 위촉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월쯤 분당에 있는 대한주택공사에서 주택담당 공무원과 심사위원회 일부가 국토부 직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에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는 하반기 이후에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귀띔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월 분양원개 공개와 청약가점제 시행 등을 발표하면서 지자체의 분양가상한제 심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당연히 심사위원회가 필요없는 지자체까지 모두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국토부는 사업승인이 들어오면 심사위원회를 만들어도 된다고 하면서도 지자체에는 심사위원회를 서둘러 만들라고 부추겼다는 것이다.

분양가심사위는 10명 이내 규모로 조직되면 민간위원이 6명 이상 참여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은 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데 수 개월이 걸렸다고 전한다.

국토부에서는 분양가 심사가 어렵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놔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사업승인이 들어왔을 때 설치하면 된다는 것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이다. 미리 만들어서 좋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국토부는 혈세를 쓰는 일에 좀 더 신중하길 바란다.

박종서 건설부동산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