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낮고 시너지 높은 업종 골라 M&A

'건설,에너지,어학원,프로 게임단….'

웅진그룹이 소리 없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극동건설과 새한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린 뒤 올해 태양광 발전용 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웅진폴리실리콘을 만들며 에너지 영역에도 발을 들여놨다. 최근에는 서울 중계동 플러스어학원,프로 게임단 '한빛 스타즈' 등을 인수하며 사업 범위를 또 한 번 넓혔다.

그룹 관계자는 21일 "올해 예상 매출이 2006년 2조3000여억원의 두 배인 4조6000여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시작한 태양광과 수처리 사업에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영업 이익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웅진그룹의 사세 확장 방법은 외견상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금호아시아나 두산 STX그룹 등과 비슷하다. 극동건설(6600억원)이나 새한(810억원) 등을 인수하며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낮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 매물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웅진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한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M&A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인수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무리한 M&A로 인해 현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 웅진그룹의 판단이었다.

에너지 사업을 살펴보면 웅진그룹의 경영 스타일이 드러난다. 2006년 설립한 웅진에너지를 통해 지난해 11월부터 태양전지용 잉곳 사업을 벌여 온 웅진은 올해 초 잉곳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련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과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최근 웅진폴리실리콘을 설립했다.

그룹 관계자는 "사업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M&A를 노리지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분사를 선택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창민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웅진그룹은 새로운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에 능하다"며 "최근 시작한 에너지와 수처리 사업 모두 향후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