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국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닙니다.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대표)

"중국은 거대자본을 내세워 성장세를 이어가는데 한국은 실탄조차 없어 몇 년 새 큰 틀이 역전된 겁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만든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가 미국 월트디즈니로부터 넥슨 인수 제안을 받았다는 기사(본지 3일자 A19면)가 나간 뒤 게임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온라인게임의 종주국 자리를 내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들이 중국산 게임에 점점 뒤처지는 데다 미국 업체까지 가세하면 토종 한국 게임업체는 몇 개 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한국게임은 카트라이더(레이싱게임),오디션(댄스게임),프리스타일(농구게임),던전앤파이터(액션게임) 정도일 뿐"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한국을 이기려고 돈을 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한국,중국의 게임업체 최고경영책임자(CEO) 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콘텐츠경영연구소) 결과,대부분이 마케팅 운영 경영조직 면에서 중국이 1년 이상 앞선다고 응답했다.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분야는 개발력,기획력 부문 정도였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안방 공격대열에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합류했었다. 그라비티가 일본의 '큰손' 소프트뱅크 계열사인 겅호온라인에 매각된 것.샨다,완메이,9시티,왕이,소후 등 중국 게임업체 4곳이 나스닥에 상장해 자금력을 확보할 동안 한국업체로는 웹젠과 그라비티가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모두 다른 회사로 매각됐다.

중국,미국에서 온라인게임 종주국 안방을 협공하는 동안 과연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게임업체 사장 A씨는 "중국은 정부차원에서 자국의 게임업체를 보호하고 있어 한국 게임업체는 중국산 짝퉁게임이 나와도 소송을 걸 수가 없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당국자가 귀기울여야 할 말이다.

민지혜 산업부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