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소득세 줄어드니까 강남 사람들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집값이 떨어져서 양도차익이 전혀 없는데 양도세를 깎아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2006년 가을 서울 강남권에서 아파트를 구입한 김 모씨는 '9.1 세제개편안'이 전혀 달갑지 않다.



김씨는 집값이 급등했던 2년 전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112㎡형을 9억원에 샀다. 집값은 한때 9억5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으나 지금은 8억원대에 내놔도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세제개편이 확정돼 양도세 수혜 매물이 나와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해야할 판이다.

지난 1일 발표된 '9.1 세제개편안'은 1주택자의 양도세 면제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키로 했다. 집을 9억원 이하로 팔 때는 양도세를 물지 않게 됐으니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호재가 틀림없다. 하지만 양도세는 집값이 올라 돈을 벌었을 때만 내는 세금이다. 2006년 하반기에 6억원 이상 주택을 '꼭지'에서 구입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얘기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6년 12월 대비 2008년 8월 말 현재 서울 강남3개구 아파트값은 단 한 곳도 오르지 않았다. 송파구는 7.69% 하락했다. 분당신도시가 7.29% 떨어졌고 용인시도 6.91% 빠졌다.

분당신도시 야탑동 S공인 대표는 "2006년 하반기와 비교해 매매가격이 1억원 이상 떨어진 아파트들이 속출했다"며 "이들 집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손해가 막심한데 주택 장기보유자들이 양도세 감소분만큼 집값을 내려 줄 여지마저 커지면서 세제개편을 악재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택시장에서는 양도세가 완화된 뒤 팔겠다며 매물 회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제가 바뀌면 수천만원까지 양도세를 줄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절세 효과가 확실한 집주인들이 매도 시점을 내년으로 늦추고 있다"며 "우리 중개업소는 매물의 20% 정도가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금리까지 올라 손절매를 고려하는 집주인들은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고민이다. 고가주택의 매수세는 여전히 감지되지 않는다. 급매도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용인시 성복동 J공인 관계자는 "용인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에 3년 거주요건까지 추가돼 매수심리가 더 얼어붙었다"며 "급매를 알아봐달라고 했던 사람들도 내년 이후 양도세 수혜 매물을 보자면서 매수 의지를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내년에는 지금보다 더 싼 매물이 나오게 생겼으니 소유자들은 감세 소식에 한숨만 나온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상투를 잡은 사람들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권 등 유망지역 주택은 일단 버텨보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