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학 자격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에서 국어어법과 수학문제풀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력 측정이라는 시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신문 후원 한국논리학회 주관으로 지난 11일 오후 한경 다산홀에서 열린 'LEET 학술대회'에서 김한승 서울시립대 교수 등은 올해 초 치러진 LEET 예비시험을 토대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패널 토론에서 "LEET 예비시험을 보면 일반인에게 생소한 철학자인 '호르크하이머'의 사상을 묻는 등 우리나라의 공직적격성평가(PSAT)나 미국 로스쿨입학자격시험(LSAT)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LEET가 법학을 공부할 수 있는 기본 자질을 평가하는 것인지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 수준을 평가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PSAT 언어논리 출제자인 김명석 이화여대 교수도 "PSAT는 '지방교부금'이란 용어도 풀어서 설명해야 할지 고민한다"며 "논리적 사고력 측정이 목적이라면 요구하는 배경지식 수준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김주훈 LEET시험개발단장을 비롯 200여명의 교수 학원관계자 예비수험생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수험생들은 질의 시간에 "언어이해 과목에서 국어문법과 한자능력을 묻는 문제가 4문항이나 출제됐고,추리논증에 수학 문제가 출제된 것은 특정 전공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LEET 추리논증 출제팀장이었던 민찬홍 한남대 교수는 이에 대해 "LEET시험은 일정 수준의 상식을 바탕으로 출제되는 것"이라며 "고전 지문은 독해력을 측정할 수 있는 만큼 문제에서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문제가 수학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했다는 점을 출제 위원들도 알고 있다"며 "본 시험에는 이런 유형의 문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휘력 문제에 대해 "짧은 지문을 제시하고 문맥에 맞는 단어를 찾는 문제 등 어휘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문제 출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EET 전문 학원인 다산로스쿨의 김성률 이사는 "수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면서 "LEET 시험이 정착될 때까지 이런 학술 대회가 수시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진우 기자 docu@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