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과 내용은 조화롭게 써야

1. 들어가며

오늘 공부할 내용은 답안의 형식에 관한 부분이다.

보통 한 문제에서 한 가지의 내용만을 묻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한 문제 안에 두세 개의 논점이 들어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 많은 학생들이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치다 보니 정작 문제가 물어보는 내용에 대해 정확히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된다.

오늘 서강대 문제를 통해 답안을 어떻게 쓰는 것이 효과적인지 알아보자.

2.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추구하자.

제시문 (가)와 (나)는 패스트 푸드와 자동차 생산의 방식에 관한 글이다.

첫째, 패스트 푸드와 자동차 생산방식이 가지는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둘째, 이러한 생산방식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하는 문제들을 추론한 뒤,

셋째, 이러한 근로자들의 문제를 기업은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설명하라.

(가) 패스트푸드점에는 전문화된 작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다.

버거킹에서 제공하는 햄버거 고기의 지름은 정확이 9.84㎝이고 빵의 지름은 8.89㎝다.

한쪽 끝에 올려진 냉동상태의 햄버거 고기가 컨베이어를 따라 서서히 불 속으로 이동하고 약 84초가 지나면 고기가 완전히 조리되어 다른 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패스트푸드를 만드는 것은 점잇기, 번호대로 색칠하기 등의 간단한 놀이와 같다.

정해진 순서만 따라가면 요리의 불확실성은 대부분 제거된다.

어떤 의미에서 패스트 푸드점의 목표는 종업원이 인간로봇의 수준으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종업원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기계들을 개발해왔다.

종업원이 일일이 음료수 통에 컵을 대고 채우고 잠그고 해야 한다면 조금만 방심해도 컵이 넘치기 일쑤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료수가 컵에 자동으로 멈추게 되는 센서가 개발되었다. (…중략…)


패스트푸드 업계는 미국의 산업에서 가장 높은 연간 약 300%의 이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패스트푸드점 종업원의 평균 근속기간이 4개월이고, 패스트푸드 업계의 전체 노동력이 1년에 세 번꼴로 바뀐다는 뜻이다.

-조지 리처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나)1900년대 초 핸리 포드는 아주 적은 비용으로 매일 수천대의 똑같은 형태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포드는 서로 교환 가능한 부품을 사용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생산한 최초의 자동차 생산자였다.

각 개별 부품들이 항상 정확하게 똑같이 잘려지고 동일한 형태를 가지게 됐기 때문에 이러한 부품들을 조립할 숙련공이 없어도 그들은 각각을 빠르고 쉽게 부착시킬 수 있었다.

조립공정을 빠르게 하기 위해 포드는 시카고 방목장의 거대한 도살장에서 그가 지켜보았던 이동조립라인을 공장 현장에 도입했다.

종업원들 앞으로 직접 차를 가져오게 함으로써 그는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모델은 모두 동일한 T형이었고 흑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중략…)

1960년, 1970년 대에 이르러 특히 스웨덴의 많은 노동자들은 자동차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미국 노동자들보다 학력이 더 높았고 더 큰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립라인 근무를 싫어하는 성향이 훨씬 강했다.

그들은 높은 결근율, 근무태만, 사보타주, 이직 등을 통해 조립라인 근무를 싫어하는 입장을 행동으로 보였다.

스웨덴의 기업가들은 이러한 문제들, 특히 이직의 문제를 무시할 수 없었다.

1960년대 스웨덴의 실업률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그만둔 노동자의 자리를 메우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사실 이 문제의 수준은 지극히 평범하다.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이 문제에 대한 답안의 내용도 학생들 간 거의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먼저 문제를 보자.

크게 세 가지를 묻고 있다.

우선 패스트푸드와 자동차 생산방식이 가지는 공통점이다.

그리고 이 공통점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하는 문제점을 설명해야 한다.

사실 문제에서 물어 본 것은 두 산업의 생산방식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한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공통점을 묻고 그 뒤로 문제점을 물어봤기 때문에 논증의 원리상 공통점이 문제점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위의 두 가지를 답한 다음 해결할 것은, 먼저 답한 근로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취할 수 있는 방안이다.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해보자.

학생들이 답한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비인간적인 생산방식, 획일화, 개성 상실, 기계 중심,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 등을 말하고 있다.

다 맞는 얘기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특별히 덧붙일 말은 없다.

그렇다면 이 공통점들이 근로자들에게 초래하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높은 이직률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공통점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쳐 근로자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해결한다는 것은 곧 세 번째 문제를 푼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왜냐하면 원인이 밝혀지면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근로자들이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을까?

기계화된 작업 속에서 작업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는 반복된 작업 속에서 자신의 개성과 창의를 발전시킬 기회를 잃어버리고, 자기 발전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이유를 이 두 가지로 봤을 때 해결책을 생각해 보자.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해결에 대한 답을 내기 위해서는 이유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같은 경우는 원인과 해결을 둘 다 묻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만일 어떤 문제에서 해결책을 논하라는 경우에는 반드시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해결책을 잘 써도 설득력을 얻기가 힘들다.

이 부분은 이미 연대 2007년 1차 모의 문제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학생들은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해결책은 작업에 대한 흥미를 살려줄 수 있고,근로자의 개성과 창의를 신장시킬 수 있어 근로자 개인의 발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그러한 방안이 무엇일지는 여러분 각자가 생각해보길 바란다.

도요타의 경영 방식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으니 활용할 수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주된 포인트는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에 관한 부분이 아니다.

형식과 내용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는가에 관한 부분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오늘 문제의 글자 수는 500~600자이다.

그리고 문제는 세 가지이다.

학생들의 답안을 보면 거의 기계적으로 각 문제 당 200자 정도씩 동일한 글자수를 배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선생님이 볼 때 이러한 답안지는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차별화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이 문제가 묻는 질문 중 어느 부분에서 변별력이 생길까?

공통점과 공통점이 초래한 문제, 그리고 해결책으로 질문을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독해력을 묻는 것이고 마지막 것은 자신의 생각을 묻는 것이다.

만일 이 글이 어려운 글이라면 독해력을 묻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정도 수준의 글에서 학생들 간 독해력의 차이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결국 변별력이 생기는 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문제에 답을 쓸 때 기계적으로 각 문제당 200자씩 할애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중요도에 따라 글자수의 배정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가령 이 문제 같은 경우는 150자, 150자, 300자가 적당할 것이다.

특히 앞의 두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압축적인 글쓰기가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제시문의 내용을 다시 반복해주기보다는 묻는 부분의 공통점과 원인만을 간략히 쓰는 형태로 답을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두 산업의 생산방식의 공통점은…''이러한 공통점은…한 문제를 초래하였다''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과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

3. 마치며

논술은 시험이다.

시험에서 가장 좋은 글은 변별력이 있는 글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문제를 살펴볼 때 어느 부분에서 자신이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신경써야 한다.

또 출제자가 어떤 부분에서 변별력을 내고자 하는지 역으로 추론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다만 주의할 것은 글의 형식적인 분량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논술 답안지를 채점할 때 점수를 주는 방식은 전체적으로 주는 것이 아니다.

묻는 부분(편의상 문제라고 해보자)당 배정된 점수가 있는데 이 점수를 얻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한 부분을 아무리 잘 써도 나머지 부분을 못 쓰면 점수를 얻기가 힘들다.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것에 치우쳐서 쉬운 부분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제 3월 중순이다.

봄기운이 교정에 만발한 지금 여러분들은 학원에서, 학교에서 저마다 공부하느라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얼마나 축복된 일인가?

여러분의 인생의 봄에서 저마다 꿈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생의 축복된 순간을 부디 마음껏 향유하기 바란다.

권호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mega@ed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