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벤처 붐의 주역이었다가 이런 저런 사연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던 인터넷 벤처 1세대들이 재기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씨(45)다.전씨는 최근 모바일 콘텐츠 업체인 텔미정보통신 이사로 업계에 복귀했다.텔미정보통신 관계자는 "전제완씨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고 말했다.텔미정보통신은 지난해 '클릭질'이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였다.클릭질은 인터넷으로 인맥을 관리하고 동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를 P2P(개인간)로 주고 받는 서비스다.전씨는 클릭질 서비스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인터넷업계에서 천당과 지옥을 모두 맛본 인물.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인사팀에서 10년간 근무하며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받기도 했던 전씨는 1999년 닷컴 열풍을 타고 자본금 5000만원으로 ㈜자유와도전(현 프리챌)을 설립,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프리챌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앞세워 2년 만에 회원 1000만명을 끌어모으며 야후,다음과 함께 국내 포털 '빅3'에 진입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2년 갑작스러운 유료화로 회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유상증자 과정에서 주식대금 가장납입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씨는 불명예퇴진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듬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전씨는 2006년 형을 마치고 출소한 뒤 명예회복과 재기를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했다.

옥션을 창업했던 이재훈씨(38)는 최근 인터넷 업계에 다시 명함을 내밀었다.이랜드 그룹에서 시작한 프리먼트라는 이러닝 업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인터넷 업계에 복귀한 것.옥션 창업자인 이씨는 창업 4년 만인 2001년 2월 미국 이베이에 1700억원을 주고 매각해 관심을 끌었다.그는 옥션을 이베이에 매각한 뒤 판도라TV와 사업 성격이 비슷한 디오데오라는 동영상 콘텐츠 업체를 창업했으나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이씨는 "너무 일찍 창업해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며 "미국에서 세상 공부를 좀 하고 다시 도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창업자인 형용준씨(40)도 지난해 유무선 연동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이인프라네트웍스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싸이월드 창업자로 유명세를 탔던 형씨는 이후 여러가지 벤처사업을 벌였지만 수익모델을 일궈내지 못한 채 방황하다가 이번에 장기인 SNS 사업에서 승부를 걸고 나선 것.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웹2.0 바람으로 인터넷 산업에 변화가 생기면서 과거의 실력자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며 "한때 이 분야를 제패했던 인물들이 막강한 인맥과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