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춥다고 안심하지 마세요

식중독은 여름에만 일어나는 질환이 아니다.

계절적 특성과 냉장고를 과신해 위생관리를 소홀히 하면 겨울에도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10월 말까지 공식 집계한 식중독 사고건수는 458건(9124명)으로 지난해 전체 259건(1만833명)보다 훨씬 많다.

경제성장에 따라 위생환경이 개선되고 표준적인 조리법이 도입되면 줄어드는 게 당연한데도 식중독 사고가 오히려 늘고 있다.

식중독 사고가 날 때마다 원가절감을 위한 저질 식자재 구입,미흡한 위생환경,위생관리기준 미준수 등이 지적되고 제재와 사후 관리감독 강화가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식품을 매개로 한 신종 전염병과 항생제 내성을 띠는 식중독 병원체가 늘고 있는 데다 외식 증가,단체급식 확대,대규모 식품유통회사 등장으로 인해 확산될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에는 살모넬라 콜레라 포도상구균 등과 같은 감염질환이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비(非)장티프스성 살모넬라,캠필로박터,리스테리아,장출혈성 대장균,사이클로스포라,노로바이러스 등 신종 질환이 급증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또 과거에는 특정 지역에서만 식중독이 나타났으나 지금은 광범위한 유통망과 신속한 물류시스템을 타고 전국 단위 또는 세계 여러나라로 빠른 시간 안에 퍼지는 양상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일어난 국내 식중독 사고 중 원인식품을 규명한 비율은 단지 12.4%에 그쳤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보건당국과 급식 운영자가 단체급식의 식재료와 조리과정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가정이라고 안심할 게 아니다.

식약청이 최근 1년간 4개 도시 주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본인 또는 가족이 1회 이상 식중독을 경험한 비율이 16%였으며 이 중 가정 내 음식으로 식중독이 생긴 사고 건수는 20%를 점했다.

가정 내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즉시 냉장ㆍ냉동 보관하고 충분히 익히며 조리된 음식은 2시간 이내에 섭취해야 한다.

냉동보관은 영하 15도 이하,냉장보관은 영상 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육류와 채소는 칼 도마를 따로 분리해 사용하는 게 좋다.

아울러 음식물 취급시 손 대신 청결한 주방기구를 사용토록 하고 사전에 손을 깨끗이 씻으며 설사하는 사람은 절대 음식물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주의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성 장염 등 일부 세균이 체내에 들어올 수 있으므로 평소 체력을 단련하고 충분히 휴식해 저항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주요 식중독 원인균의 특성을 파악하면 최상이다.

포도상구균은 장시간 끓여도 독소가 쉽게 파괴되지 않아 식중독 위험이 높으므로 손에 화농성 병변에 의한 상처가 난 경우 조리를 못하게 해야 한다.

살모넬라균은 육류 유제품 계란 등에 의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아 조금이라도 상했다고 의심되면 잘 익혀 먹어야 한다.

/최준용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