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자식도 안온다더니… 한국은 부모 소득 높아야 자주 찾아
'나이 먹어서도 자녀들을 자주 보고 싶으면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항간의 믿음이 한국에서만큼은 사실이라는 실증 분석 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인들은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 가족 및 친족을 많이 찾지만 우울해서 정서적 도움을 구할 경우에는 친구나 동료를 만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구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재기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의 '한국 가족·친족 간 접촉 빈도와 사회적 지원의 국제 비교' 등 학술대회 논문 22편을 10일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04년 13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와 2001년 세계 26개국 3만3232명이 참가한 국제사회조사(ISSP)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친족 관계가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를 다른 나라와 비교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소득 교육 연령 성별 결혼상태 등에 따른 자녀와의 '대면(對面) 접촉 빈도'를 분석한 결과 소득 변수의 회귀계수는 0.729로 높은 상관 관계를 보였다.

확률로 따져 보면 부모 소득이 1% 오를 때마다 자녀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 접촉할 가능성이 2.07배 높아진다는 뜻이라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조사 대상국 중 경제력 등에서 한국과 견줄 만한 1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의 비교에서도 한국의 부모 소득과 접촉 빈도의 상관 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교수가 국가 간 비교를 위해 각 나라의 소득 변인 영향력 지수(t값)를 산출한 결과 프랑스(-2.98) 영국(-1.56) 미국(-1.31) 등이 역(-)관계를 보였다.

스페인(0.14) 호주(0.58) 일본(1.47) 등은 한국(2.51)처럼 정(+)의 상관 관계를 나타냈지만 그 정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95% 신뢰 수준에서 1.96 이상)는 아니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한마디로 조사 대상 국가 중 한국만이 유일하게 '부모의 소득이 높아야 자녀들이 찾아온다'는 통계적 단정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인들은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51.9%가 '가족 및 친족'을 꼽았다.

하지만 '우울할 때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한국인의 55.3%가 '친구·이웃·동료'를 꼽았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