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주식부문 대표

"지금 우리 시장은 비합리적인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난주에는 미국 변수가 좋지 않아 관망했는데 이제는 기관투자가로서 순기능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매 패턴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다시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대표(사진)는 27일 "최근 시장이 좋지 않아 현금 비중을 늘렸더니 여유자금이 4조원이나 쌓였다"며 "시장이 충분히 조정을 받았고 중장기적 상승 추세는 유지된다고 보기 때문에 적극 매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

실제 미래에셋은 주식시장이 7거래일째 하락한 지난 금요일 중국 관련주를 대량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 관련주가 급등한 월요일에는 매수를 하지 않았다.

손 대표는 "미래에셋의 목표는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너무 급하게 오르면 추격 매수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전히 중국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가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 주식시장은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2가 집중돼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향후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인하하면 아시아로 자금이 추가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손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신용 경색은 내년 2분기 이후 마무리될 것"이라며 "이후 아시아 주식시장은 다시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전망을 근거로 최근 주가 하락기에도 기존 중국 관련주를 거의 팔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에는 추가 매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중국시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현재 홍콩H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로 미국 나스닥에 비해서도 낮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연 30%나 되기 때문에 내년 실적 기준으로 보면 H주의 PER는 20배 이하로 낮아진다"며 "중국의 GDP가 연 10% 이상 성장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H주는 한국 주식에 비해서도 비싼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은 중국펀드 가입자들이 환매할 때가 아니라 분할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매년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강도 높은 매매감사를 받기 때문에 차명계좌를 이용해 선행매매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악의적인 소문으로 회사는 물론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봤기 때문에 루머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은 외부 기관에 루머의 진원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 미래에셋이 특정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 동양제철화학의 주가 흐름을 분석해보면 20만원대 이후에서는 주로 다른 기관들과 외국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난다"며 "미래에셋 펀드는 잦은 매매보다 장기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는 최근 시중자금의 블랙홀 역할을 했던 인사이트펀드에 대해 "대형 펀드가 될 것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돈이 짧은 기간에 들어올 줄은 몰랐다"면서 "인사이트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은 주로 러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의 시가총액 1,2위 기업들이기 때문에 자금 규모가 크다고 자산 운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김태완/김영우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