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적인 국제금융교육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합니다."

세계적 금융 석학인 스티븐 브라운 미국 뉴욕대(NYU) 석좌교수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교수나 연구자들이 세계 금융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의 지휘 아래 검토되고 있는 국제금융대학원(가칭 글로벌 파이낸스스쿨) 설립을 위한 자문역으로 방한했다.

그는 "뉴욕대에는 뛰어난 한국 제자들이 많이 있었는데 정작 금융학계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인 금융학자가 드문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왔다"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한국의 연구 환경이 연구자로 하여금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적인 국제금융교육기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연봉이나 승진을 결정할 때 연구업적을 가장 먼저 고려하는 풍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의 대부분 학교들이 무의미한 정년보장제도(테뉴어)를 갖고 있어 교수들이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정년보장을 검증된 교수들에게만 허용하는 등 철저히 결과중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금융저널에 한국 연구자들의 연구가 실리는 횟수도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브라운 교수에 따르면 1990~2004년까지 홍콩은 560개의 논문을 톱 금융저널에 발표한 반면 한국이 발표한 논문은 34개에 불과하다.

그 결과 한국의 금융대학은 세계 상위 50위권에도 들지 못하며 한국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하는 횟수도 매우 적다고 그는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의 국제금융허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제금융교육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은 결국 실무의 세계지만 실제로 응용되고 있는 파이낸스 모델들은 모두 학교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내 스승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 교수가 블랙-숄즈모델을 만들어 실제 투자에 사용했던 것도 그 예"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연구환경의 변화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연구환경 개선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돈을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학교나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얻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턴경영대학의 경우 세계적인 금융학자 35명이 한 층에 모여 같은 주제를 연구하고 있을 정도로 연구 집중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호주 출신인 브라운 교수는 모내시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학에서 MBA와 박사학위를 받고,예일대 조교수를 거쳐 1986년부터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에서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미국 유수의 금융저널인 '리뷰 오브 파이낸셜 스터디스'의 창립 편집장이기도 하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