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두뇌 빌려와 '경쟁력 퍼즐' 짜야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종과 문화,국가에 관계없이 공정한 기회를 주는 개방적인 사회ㆍ문화적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지난 24일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사회로 스티븐 카슬 옥스퍼드대 교수,제롬 글랜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강성모 UC머시드대 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특별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사회의 조건을 이같이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또 인재와 자본이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공정한 법치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세계화 시대에 '어떻게 하면 국가나 사회가 글로벌 인적자원 유치에 성공할 수 있나'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세계화 시대에 어떻게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 달라.

▲강성모 UC머시드대 총장=세계화의 기준은 다양한 배경과 피부,문화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세계화 시대에 고임금 국가에서 저임금 국가로 기업들이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강한 나라일수록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런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공정한 기회다.

창조적 혁신적 인재들에게 기회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능력 있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든 환영받는다.

그들에게 개인의 열정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

▲제롬 글랜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앞으로 인력의 아웃소싱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심지어 아웃소싱이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일반화할 것이다.

여기에 텔레커뮤니케이션과 인터넷이 지리적ㆍ자연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빠르게 나아가게 하고 있다.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등의 새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의 포지션도 변화했다.

한국의 인적자원도 이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 발전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티븐 카슬 옥스퍼드대 교수=세계화 과정에서 '누가 국경을 넘느냐'도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경이 점점 사라지면서 이민과 인력 공급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민은 인구변동과 맞물려 진행되는데 유럽에서는 여성이 평균 한 명의 아이만 낳는다.

이는 좋은 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가 단순직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많은 직업을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민과 관련한 유럽 각국 정부의 정책은 실패하고 있다.

유럽의 경험을 한국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공일=어떻게 기업이 유지되는 노동조건을 갖출 수 있는지,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정수(에센스)는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으면 한다.

비즈니스 환경이 좋지 않으며 기업을 유지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유치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해 우선 법치의 중요성을 들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 유연한 노동시장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도록 정부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 번 결정된 비즈니스 환경은 국가의 성장 잠재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성모=전적으로 동의한다.

특히 하이테크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더욱 그렇다.

더욱 많은 기업을 유치하려면 법적 보호가 중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기회의 균등이다.

글로벌하게 인재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국가나 출신에 관계없이 같은 기회를 주도록 해야 한다.

한 번 나쁜 평판을 얻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이 같은 평판은 기업과 국가,대학이 모두 전 세계에 전파하거나 제시한다.

그런데 한국 대학은 과연 얼마나 많은 대학 총장이나 교수들이 외국인 출신인가.

공정한 기회를 오픈하지 않은 것이다.

다양한 인종의 총장이나 교수를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더 많은 인재들이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사공일=교육 시스템은 글로벌 인재 양성의 기초다.

좋은 교육환경은 비즈니스 기업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특히 인재들이 가족을 데리고 와서 정착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이 강력해진 배경에는 고급 교육 분야 경쟁력을 들 수 있다.

▲제롬 글랜=동의한다.한 가지 지적할 것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고도 중요하다.

아시아에서 '존경'은 중요한 가치로 알고 있다.

한국인을 포함해 아시아 학생들이 예전에 어떤 질문에도 "네네"하는 것을 봤다.

동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에도 그렇다.

사고 변화 없이는 교육 효과를 얻기 어렵다.

최근 들어 일본 학생의 경우 도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법에서 '존경'은 곧 도전 대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인재를 전 세계에서 빌려 왔다.

빌려 온 다른 문화의 학생들이 퍼즐 맞추듯 하나의 유닛을 이뤄 경쟁을 하고 배우고 발전해 나간다.

한편 앞으로 여성 고학력자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여성 두뇌 유출은 앞으로 일어날 큰 이슈라고 본다.

여성이 박사까지 모두 마치고 고학력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겪는 어려움을 일본 유학생들에게서 많이 봤다.

일본의 사회ㆍ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여성 인력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초기에 꺾여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포럼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와 교수들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이 여성인가.

실제 뛰어난 능력에 비해 현재 인정받지 못하는 게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의 현실이다.

미래에는 분명 여성 두뇌 유출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

김동욱/김보라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