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대교육표준협정 워싱턴어코드 정회원 가입

공학교육수준 인정…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 해외진출 가속화


지방대 공대 건축과를 졸업한 A씨는 미국의 세계적 건축엔지니어링업체인 백텔에 취업할 목표를 세웠다가 포기한 경험이 있다.

취업을 위해선 미국 기술사 자격을 따야 하는데 한국 공대 졸업생은 이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갖지 못한 까닭이었다. 자격은 4년제 공과대학 교육의 국제 표준협정인 '워싱턴어코드(WA)'정회원 가입 국가에 한해 주어진다. A씨와 같은 국내 공대생들의 희망은 올 가을부터는 실현이 가능해졌다. 한국이 21일 WA의 정회원 가입이 확정됐기 때문.



◆준회원 2년 만에 정회원 승격

한국이 이번에 WA 정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우리 공학교육의 수준이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현재 WA의 정회원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 10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의 공대와 대등한 수준에서 한국의 공학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엔지니어링대회(IEM)에 참석한 박찬모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포스텍 총장)은 "독일과 대만 등에 대해선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하다며 조건부로 가입시키거나 가입 유보를 결정했다"며 "하지만 한국의 가입에 대해서는 회원국과 준회원 국가들이 질문없이 만장 일치로 승인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2005년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뒤 정회원으로 승격하기 위해 2년 동안 까다로운 인증 조건을 만들어 신청 대학들에 대한 인증 평가에 나섰다.

국내 공학교육은 이에 따라 그동안 이론적인 학습위주에서 산업체에 곧바로 쓰이는 현장 중심의 교육으로 확 바뀌는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대학이 인증심사가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인증에 대한 유효성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WA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방한해 국내 대학의 노력과 공학교육인증원의 평가체계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내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건축ㆍ토목전공자 美취업기회 확대

WA 정회원 승격에 따라 공학인증을 받은 국내 공대 졸업생들은 앞으로 미국,캐나다,영국, 호주 등 이 협정의 회원국 국가에 기술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그동안 한국의 공대 졸업생들은 이 자격증 시험에 응시가 불가능했다.

미국기업 대부분은 공학계열 졸업자들을 선발할 때 이 자격증을 요구,국내 이공계생들은 미국 기업에 취업이 매우 어려웠다.

앞으로는 기술사를 필수 고용해야 하는 건축이나 토목 분야에서 외국 기업 취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과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해외 진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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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교육인증=산업체 등의 수요에 맞는 공학교육을 보증하기 위한 인증 제도.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99년 시작한 이후 25개 대학의 182개 프로그램을 인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공학 인증을 받은 졸업생에 대해 10% 취업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발표 이후 평가를 원하는 대학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