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가 크라이슬러를 사모투자회사인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매각키로 한 것과 함께 포드의 대주주인 포드가(家)가 지분 일부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경쟁력 추락으로 도요타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미국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판이 짜여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3위의 자동차업체인 크라이슬러에 이어 2위인 포드의 주인까지 바뀔 경우 1위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를 포함해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미국 자동차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크라이슬러 서버러스에 매각 = 다임러크라이슬러는 14일 크라이슬러를 서버러스에 74억1천만달러(55억유로)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임러는 서버러스의 자회사가 크라이슬러 지분의 80.1%를 인수할 예정이며 다임러는 나머지 19.9%를 보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다임러의 이번 크라이슬러 매각액은 1998년 다임러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할 당시 지불했던 360억달러에 비하면 거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 추락한 크라이슬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98년 16.1%에서 지난해 12.9%로 떨어졌다.

이는 올해 1.4분기 도요타가 세계시장에서 234만8천대를 판매, 226만대에 그친 GM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것에서 보여지듯이 미국 자동차업계 전반의 경쟁력 추락을 나타내는 것으로 서버러스의 크라이슬러 인수 이후 비용 감소 등을 위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모투자회사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변모시켜 되파는 경향을 감안할 때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의 노동비용 감축, 방대한 딜러망의 가지치기, 해외 신흥시장으로의 투자확대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서버러스의 크라이슬러 인수가 연금과 건강보험 부담 등 높은 노동비용으로 고전하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에 회사의 매각을 반대해온 크라이슬러 노조는 물론 전미자동차노조(UAW)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미국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 포드家, 포드 주식 매각 검토 = 이런 가운데 경영난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포드자동차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포드가문이 지분 매각을 논의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가 사람들이 지난달 가진 모임에서 일부 구성원이 지분을 팔거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은행인 페렐라 와인버그 파트너스를 고용할 것을 요구했고, 빌 포드 회장은 이런 내용을 지난 주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이사진에게 설명했다.

디트로이트뉴스도 지난 8일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포드 가문이 지난 달 21일 회동에서 지분 매각 여부를 논의했고, 페렐라 와인버그를 고용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매력 없는 포드 주식을 더 보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가 전례없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의결권 기준으로 포드의 지분 40%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포드 가문의 이 같은 논의는 포드가 지난해 103년 역사상 가장 큰 폭인 126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점유율 하락과 경영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포드의 주가는 1999년 이후 74%나 하락했다.

포드는 올해 들어서도 4개월간 북미시장 판매가 작년 동기보다 13%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