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전문점 '총각네 야채가게'가 종합 슈퍼마켓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해 변신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총각네 운영사인 '㈜자연의 모든것'은 올해 초 전국 32개 점포의 사업자 등록 내용을 가공되지 않은 국산 농산물만을 팔 수 있는 '면세 사업자'에서 모든 상품을 제한 없이 취급하는 '일반과세 소매사업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전환 신고 뒤 수도권 내 영업면적 20평 이상 점포 9곳의 취급 상품 범위를 채소와 과일에서 육류,생선,유제품,가공식품 등으로 넓혔다.

22일엔 서울 개포동에 먹을거리 이외에 생활용품까지 취급하는 SSM 모델 점포를 내고 '종합 슈퍼마켓화(化)'를 본격 선언한다.

1998년 서울 대치동에 8평짜리 야채가게로 시작한 총각네는 수도권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동네 상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왔다.

'분위기는 재래시장,상품은 백화점,물량은 대형 마트,서비스는 정감 있게 가져간다'는 컨셉트로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백화점보다 싸게 팔아 인기를 얻었다.

올초부터 새로 들여놓은 가공식품류는 마진율을 줄여 대량 구매하는 슈퍼마켓과 가격을 똑같이 맞췄다.

'풀무원 유기농 콩두부'(420g)는 총각네 올림픽점과 킴스클럽마트 올림픽점 모두 2600원에 팔고 있다.

이 같은 포장두부나 팩 우유,가공 치즈 등은 제조사에서 제품을 표준화해 내놓기 때문에 총각네가 지금까지처럼 품질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총각네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하기 힘든 서비스로 고객들의 일괄 구매를 돕고 있다.

감자를 산 고객에게 치즈를 넣은 '감자 그라탕' 요리법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총각네 올림픽점은 25평 매장에 '총각(종업원)' 10명이 상주하고 있어 종업원 한 명이 담당하는 매장 면적이 두 평 반에 불과하다.

반면 위층 킴스클럽마트는 종업원 한 명이 30평가량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편의점을 포함해 수백 개의 점포망을 갖춘 대기업 계열 종합 슈퍼마켓 업체들에 바잉 파워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데다,많은 종업원을 거느린 데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성동욱 총각네 점포 슈퍼바이저(총괄관리자)는 "점원 1명당 하루 100만원어치 이상을 팔아야 적정 수익을 올리는 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말했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야채 상품을 찾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이 풍부한 만큼 '승산'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가격보다는 품질과 서비스'를 중시하는 중산층 이상 상권 위주로 점포를 낼 수밖에 없어 대기업 계열 '전국구 슈퍼마켓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